[인터뷰] 새누리당 최연혜 여성 최고위원 겸 중앙여성위원장

철도는 굉장히 남성적인 조직…정치권은 더 남성적

공기업 임원 여성 30%할당제 일괄 적용 어렵다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새누리당 최연혜 여성 최고위원 겸 중앙여성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새누리당 최연혜 여성 최고위원 겸 중앙여성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치른 8월 전당대회의 흥행요소 중 하나는 여성위원장을 겸하는 여성 최고위원직을 건 경쟁이었다. 새누리당은 한국철도공사 사장 출신 비례 초선 최연혜 의원이 재선 이은재 의원을 누르고, 더불어민주당은 삼성전자 전무 출신 양향자 원외인사가 재선 유은혜 의원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화제가 됐다.

새누리당은 최연혜 여성 최고위원에게 거는 기대가 큰 눈치다.  당 지도부는 ‘30∼40대 여성, 왜 새누리당을 싫어하는가’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 만큼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여성 후보 ‘공천 학살’ 결과 여성 당선자가 12.3%에 그쳤다. 여성위원장이 그 공천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무성했다. 이 같은 문제를 최고위원 선출에서 8명 중 4위로 여성 몫에 관계없이 자력으로 당선된 그가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최고위원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도라는 굉장히 남성적인 조직에 오래 있어서 정치권에 오면 여성친화적인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남성적 문화에서 여성조직의 장이 가진 고민을 내비쳤다. 이 같은 문화 속에서 여성의 힘을 확대하려면 당내 여성조직 강화는 물론 초당적 협력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음은 최연혜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당이 여성 최고위원과 중앙여성위원장을 겸직시킨 이유가 궁금하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에 강력하고 확실하게 반영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주문인 것 같다. 이를 위해 여성의 힘을 모으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여성 후보를 배출하기 위해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부터 끌어내야 한다. 여성을 위한 정책, 흥미를 느낄만한 스토리, 당의 모습부터 갖추어야 정치나 당 활동,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관심이 생길 것 아닌가.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먼저 전반적인 분위기,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 당원들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았나?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여성 당원들을 많이 만났는데, 당에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 과거 대선에서 즉흥적이고 일시적으로 여성 조직을 활용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잘못한 일이다. 내년 대선에서 여성 파워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중앙 조직부터 시작해서 전국 253개 당협 여성 부장까지 모임도 만들고 일체감 작업을 하다 보면 합치된다. 이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하고 싶다.

3개월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유리천장이 정치 분야에서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문화 자체가 그렇다. 국회는 의원들 개개인이 무한경쟁하는 곳이다 보니 당헌대로 여성 30% 할당제를 해야 함에도 이를 역차별이라고 보는 것 같다. 민간기업들도 여성인재 활용이라는 사회 분위기와 정책을 반영해나가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정치권이 외면해선 안 된다.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새누리당 최연혜 여성 최고위원 겸 중앙여성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새누리당 최연혜 여성 최고위원 겸 중앙여성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최근 단행한 당직 인선에서 여성 이름이 별로 없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다.

여성 의원 자체가 적다보니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나경원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대선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정현 당대표에 기대감이 크다. 이 대표는 양성평등에 관심이 많아 경선 과정에서 여성 당원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열려있고 소통에 적극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분이다. 본인이 역경을 뚫고 올라온 분인 만큼 약자의 어려움을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속속들이 모르더라도 말씀드리면 어떤 분보다도 개선에 노력을 다할 분이다.

-역대 지도부도 여성 공약을 내놨지만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당 차원에서 풀기 힘든 문제도 있다. 각계각파가 아닌 초당적인 협력도 해야 한다. 더민주 양향자 최고위원님과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기업인 출신이고, 나는 19대 총선 때 지역구에 첫 출마 했고, 양 최고위원님은 20대에 지역구 첫 출마에 낙선한 같은 경험이 있다. 같은 여성 최고위원으로 협력하겠다. 지방선거까지는 2년 남아있다. 그동안 당 안팎으로 힘을 합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해나가겠다.

-공기업 여성 임직원을 찾기 힘들다. 특히 소속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관 공공기관은 더 그렇다. 임원 여성 30% 할당제는 어떻게 보나?

“30% 할당제는 개별기업마다 업무 특성과 인적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철도의 경우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사장 재직 당시에도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극복해가며 1·2급 실장에 여성을 발탁했다. 부사장 당시 여성을 육성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30%를 강제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그 자리에 가서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 굉장히 중요하다.

-대안은 없나?

공기업 평가제도와 여성인재 양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평가제도에서 여성 비율 배점도 낮은 데다, 기업들 모두 여성 숫자가 워낙 미미하다 보니 결과를 좌우하지 않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10% 넘어가기까지 굉장히 어렵고 오래 걸릴 것 같다.

전체 법관 중 여성 비율이 28%에 불과하다고 해 놀랐다. 사법고시 여성 합격률이 높다, 여성이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거다. 선발 제도상 직접적인 차별이 없는 분야도 이 정도인데 다른 분야는 상당할 것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많이 느낀다. 지역구도 조직도 없이 경선을 치렀다. 당원, 국민께서 저를 선택해주신 것은 당심과 민심의 기대와 열망으로 뽑아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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