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고내면 ‘공무원’, 여자가 사고내면 ‘만취녀’
남자가 사고내면 ‘공무원’, 여자가 사고내면 ‘만취녀’
  •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 승인 2016.09.06 15:22
  • 수정 2017-07-15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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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역주행한

‘만취 30대 여성’?

왜 성별 공개하나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법원 등 국가기관서

차별 받는 그녀들

 

수뇌부 남성 독점이 문제

여성 고위직 진출 늘어야

 

지난 6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6 청년-여성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6 청년-여성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뉴시스

하나. 현재 페이스북에는 ‘메갈리아4’라는 사이트가 있다. ‘4’는 무슨 의미일까? 페이스북은 혐오를 위한 사이트는 폐쇄하는 게 원칙이라는데, 메갈리아는 남성혐오를 기치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강제로 문을 닫게 한 것이다.

그렇게 메갈리아2가 생겼고, 3에 이어 4가 생겼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갈리아4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조만간 5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사회에 만연된 여성혐오에 대항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혐오’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지도 의문이지만, 여성혐오를 주된 메뉴로 내건 ‘김치녀’라는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직접 들어가 올라온 글을 읽어본다면 간극은 더 커진다. 김치녀 사이트가 매우 주관적인 편견을 들이대며 여자들을 욕하는 데 반해 메갈리아 사이트는 수영선수 몰래카메라 사건이라든지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에게 치졸한 방법으로 복수한 남자들의 사례 등 팩트를 근거로 한 비판을 해댄다. 그럼에도 김치녀 사이트와 달리 메갈리아4는 언제 폐쇄당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img2]

둘. 8월 30일 서울신문 기사다.

 

30일 국내의 한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따르면 ‘메갈패치’에 올라온 신상털기식 게시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한남패치’ 운영자가 이날 경찰에 붙잡히기 전 이미 메갈패치 운영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고소장을 받은 경찰은 “메갈패치 게시글이 명예훼손은 맞지만 해당 계정이 해외서버이기 때문에 수사가 불가능하다. 도와줄 수 없다”고 답변한 뒤 기각시켰다.

 

기사 제목이 “‘남혐’은 수사대상 ‘여혐’은 기각?…경찰, 이중 잣대 논란”이니, 기자가 보기에도 경찰의 이중잣대가 이상했나보다. 이런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자신의 아내나 딸 등을 도촬한 뒤 사이트에 올려 서로 공유하는, ‘소라넷’이라는 변태적인 사이트가 있었다. 회원수가 100만이 넘었는데, 이쯤되면 “변태는 남성들 중 극히 일부”라는 변명이 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라넷에 대해 수많은 여성들이 폐쇄해달라고 청원했지만,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해 왔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수사가 어렵다는 게 그들의 변명이었다. 그런데 작년 11월 국회의원 진선미가 소라넷 폐쇄를 촉구하자 갑작스럽게 수사가 급진전됐다. 결국 소라넷은 올해 6월 “그간 아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폐쇄됐다. 서버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경찰에게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었던 셈인데, 국회의원의 말씀이 그들의 의지를 불태운 모양이다.

셋. 지난 8월, 30대 여성이 고속도로에서 23km를 역주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해 국도로 착각한 나머지 유턴을 한 게 역주행 이유였다.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만취 30대 여성 고속도로 수십km 역주행’(연합뉴스), ‘만취 30대 여성, 중부고속도로서 20여km 역주행…음주 측정 거부’(동아일보), ‘고속도로 역주행 만취녀 국도로 착각해 유턴’(채널A). 이 기사들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희한하게 ‘여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역주행을 한 다른 분들의 기사를 살펴보자.

‘여수시 공무원 고속도로 역주행사고 숨져’ (한국일보)

‘공무원 의문의 역주행…1명 사망·3명 부상’ (채널A, 이상 2016년 3월 23일)

이상하지 않은가? 남성이 역주행을 저질렀을 때는 ‘공무원’이라며 성별을 특정화시키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분이 공무원이라서 그런 것일까 싶어 또 다른 사례를 찾아봤다.

 

‘술 취해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유발 뒤 도주’.... 역주행해 사고를 유발한 뒤 도주한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신모(26)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서도 신씨의 성별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분이 여성이었다면 ‘20대 여성 광란의 역주행’를 기사제목으로 뽑지 않았을까?

 

넷. 2015년 8월, 한 남성이 자기 집에서 자는 처제에게 흑심을 품었다. 그는 처제 옆에 누워 처제를 더듬었고, 처제가 다른 방으로 도망가자 쫓아가서 성추행을 계속했다. 처제는 결국 형부를 고소했지만, 판결은 무죄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계속 추행할 것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피해자인 처제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아 무죄로 보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얼마 전에는 몰카 촬영을 하거나 성적인 목적으로 공공장소를 침입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라는 게 그 이유였다.

여기서 보듯 여성차별은 인터넷사이트는 물론이고 언론과 경찰, 법원 등 국가기관에서도 수시로 저질러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수뇌부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 남성이기 때문에 성추행을 한 남자를 보면 “나 같아도 만졌겠다”며 안타까워해주고,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는 “겨우 그 정도 가지고 그러느냐”며 나무라는 게 아니냐는 것.

늘 여성을 보면서 즐기는 입장에 섰던 이들이 몰카로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여성에게 공감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성경찰이 남성경찰에게 몰카가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여성기자가 여성차별적인 기사에 둔감해진 남성기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소라넷을 폐쇄한 일등공신인 진선미 의원이 여성이라는 점도 여성 고위직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과거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건 맞지만, 고위직의 상당수는 아직도 남성이다. 여성이 채용 과정에서 받아야 하는 불이익,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등 여성들이 고위직에 오르는 데는 애로사항이 많지만, 이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여성들이 많아진다면, 뒷세대 여성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 오늘도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여성들에게 파이팅을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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