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돌들이 소리치리라』

개혁주의적 전통 누구보다

성실히 이어간 한국의 신학자

강 목사의 설교 집대성

 

20세기 개신교 신학을 선도한 스위스의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손에는 성경을, 한손에는 신문을!”이라는 원칙을 갖고서 성서에 대한 주석과 상황에 대한 분석을 그의 신학에 담아낸 바 있다. 10년 전 하나님 품에 안기신 강원용 목사는 바로 이러한 성서의 복음과 상황의 긴장관계를 그의 설교에 가장 멋스럽게 담아낸 한국을 대표하는 목회자였다. 강 목사의 설교는 그의 정의에 의하면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을 거부하면서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세워지게 되었는데, 강 목사는 이 기장교단의 모체가 된 경동교회의 설교단을 채워나가셨을 뿐 아니라 그 울타리를 넘어 한국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정열적으로 뿜어내셨다.

한신대 명예교수인 박근원 박사의 수고에 의해 그분의 ‘소리’가 문자화되어 다시 우리에게 읽혀질 수 있게 됐다. 설교집 『강원용, 돌들이 소리치리라』는 문장화된 원고 설교들이 갖는 산문성과 영상 자료로 남은 녹취된 구술성 사이에서 조화를 시도한 작업이다. 강 목사의 설교 원고와 영상 자료를 풀고 비교, 대조해 재구성된 작업의 결과물이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판돼 나온 것이다. 

2017년은 전 세계적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게 된다. 물론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전에 피터 왈도, 얀 후스 등 종교개혁의 선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종교개혁의 역사는 500년을 훨씬 넘어선다. 종교개혁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한가지는 “하나님으로 하여금 하나님 되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개혁교회 예배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인간의 말이 아니라 성서에 기초한 하나님 말씀을 선포로 담아내는 것이다. 즉 개신교 예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설교이다. 강 목사는 이러한 개혁주의적 전통을 누구보다도 성실히 이어간 한국의 신학자였고, 예배가 갖는 총체적, 통합적 예전의 특성도 잘 살리시며 이끌어 가셨던 분이었다.

수많은 교회의 십자가들이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고, 물리적 성장은 이루어 냈지만 그 생명력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진정한 설교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때 우리에게 찾아온 설교집이라 더욱 반갑다. 

 

여해 강원용 목사 추모식이 열린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갤러리에서 한 시민이 강 목사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해 강원용 목사 추모식이 열린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갤러리에서 한 시민이 강 목사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책의 구성은 해방 이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은퇴 이후의 네 시기로 연대기적으로 구분돼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문제를 성서에 대한 주석과 함께 상황에 적용해 풀어냈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교회력의 성서정과와 관련해 구약, 신약의 복음서, 바울 서신의 내용과 연결해 핵심을 풀어냈다. 또 인간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 사랑이신 하나님을 따르는 제자직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향한 우리의 책임을 촉구한다.

강 목사 설교의 특성은 단순히 도덕적 교훈이나 일시적인 감정의 흥분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성서에 대한 주석을 바탕으로 특정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에 적용해 각자 결단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메시지를 전하는 것인데, 이 책을 대하는 독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각 설교에 대한 정확한 시기가 많이 빠져있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진정한 복된 소식과 진실성 있는 설교에 대한 목마름 가득한 우리 사회에 강 목사의 살아 생전 음성을 문자화된 소리로 이 책을 통해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한국 여성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하시면서 많은 기여를 하셨던 강 목사의 설교는 흑백논리에 길들여져 있는 오늘날 우리 자신이 각자의 자리에서 돌들이 소리치게 되기 전에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한 그분의 가슴 뛰게 하는 말씀 선포의 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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