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제도 강화해도 

인사상의 차별 의식해

제도 활용 꺼려

성별 불균형 해소해야

 

성평등과 여군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군대 내의 변화는 활발하다. 그러나 기혼 여군 대부분은 인사상의 불이익과 상급자의 태도, 근무대체의 어려움 등으로 제도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청사어린이집 원아들. ⓒ국방부
성평등과 여군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군대 내의 변화는 활발하다. 그러나 기혼 여군 대부분은 인사상의 불이익과 상급자의 태도, 근무대체의 어려움 등으로 제도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청사어린이집 원아들. ⓒ국방부

성평등과 여군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군대 내의 변화는 포착되지만, 여전히 일·가정 양립을 위한 모성보호제도의 이용 여건은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 여군 대부분은 인사상의 불이익과 상급자의 태도, 근무대체의 어려움 등으로 제도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모성보호제도의 발굴과 함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군은 2013년 1월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과로로 인한 임신성 고혈압으로 숨진 이신애 중위의 사망 사건 이후 적극적인 모성보호 정책을 추진했다. 임신한 여군의 근무처를 산부인과에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조정하고, 전방 지역에 복무하는 군인 부부를 위해 보육 아동 15명 이상이면 군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규정을 마련했다.

육군은 전방지역 군 병원 6개소에 산부인과를 설치했고, 임신한 여군은 산부인과가 없는 취약지역에 배치되지 않도록 했다. 또 임신을 확인한 뒤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지 당직근무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유산 위험이 있는 임신 초기와 후기에 근무시간 중 1일 2시간씩 모성보호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또 여군이 긴급소집, 훈련과 당직근무 등으로 자녀 보육이 제한될 경우에 대비해 ‘아이 돌봄 위탁세대’를 운영한다. 아이 돌봄 위탁세대는 지정된 세대에서 군인 자녀를 한시적으로 돌보도록 하되, 만일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그 보험료는 군이 부담하는 제도다. 아울러 불임 또는 난임일 경우 치료를 위해 최대 2년까지 휴직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해군은 부부 군인일 경우 동일한 지역 내에서 같이 근무할 수 있도록 보직하되 남편과 부인이 동시에 함정에 근무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또 함정 근무 중 임신이 확인된 여군은 태아보호를 위해 육상으로 근무지를 옮기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만4세 이하 자녀를 가진 여군은 연고지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자녀 양육을 위해 진해, 부산, 평택 등 해군 주둔지역 관사에 어린이집 8개소를 운영하여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공군의 경우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간부들은 본인 희망 시 전역할 때까지 평생 한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다. 또 관사 입주신청 시 신분·계급·입주대기 순번과 상관없이 원하는 평형에 먼저 입주할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된다. 이 외에도 자체 복지기금을 활용해 자녀를 출산하는 가정은 셋째 20만원, 넷째 이상 100만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제도는 잘 마련돼 있으나 일선 부대에서 이를 이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2012)에 따르면 육아휴직의 경우 ‘이용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0.3%에 이르렀고, 탄력근무제와 육아시간제, 생리휴가는 절반 이상의 여군이 아직도 사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생리휴가와 불임휴직의 이용 경험을 소속 군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생리휴가는 육군에 복무하는 여군들이 25.6%로 가장 많이 이용했고 해군·해병에 복무하는 여군들이 22.7%로 가장 적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임휴직은 육군 이외의 군에서는 이용한 사례가 없었다. 계급별 생리휴가 이용 비율에서는 중·하사가 31.3%로 가장 많이 이용했고 위관급 장교는 18.0%로 가장 적게 이용했다.

모성보호제도 이용이 어려운 이유로 ‘인사상의 불이익 우려’나 ‘상급자 및 지휘관의 눈치가 보여서’라는 응답을 가장 많았고, 대체근무 등 업무 공백 우려 또한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었다. 여군의 인사상의 경력 관리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출산과 양육으로 밝혀졌다. 육아나 자녀 양육이 상대적으로 쉬운 지역이나 행정 등의 병과에 여군 지원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육아휴직 경험에도 불구하고 승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진급심사에서 마음 놓고 휴직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근속연수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에 여전히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군대는 계급에 따라 연령제한이 있어서 진급은 곧 정년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기복무를 신청한다고 해도, 승진에서 떨어지면 머지않아 정년을 준비해야만 한다. 장교들은 승진 경쟁이 훨씬 치열하기 때문에 보직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해군 소령 C(38)씨는 “과거에 비해 제도는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 문제는 일하는 문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승진을 포기하고 제도를 다 누린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과연 그 사람을 받아줄 조직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문하며 “복지를 보장받으면서 승진까지 하는 것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성들이 많은 사회에서 여성이어서 배려 받는 부분이 커질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남군들이 여군만큼 육아휴직을 쓰는 등 일·가정 문화가 전체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 중령 A(39)씨는 “10명 중 3명이 진급하는 구조에서 1년 육아휴직을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의 경쟁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10명 전원이 육아휴직을 썼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군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되려면 여성을 위한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남성을 위한 육아참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제도가 여성정책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라며 “이제는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남군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휴직기간도 복무기간에 포함하도록 했지만 눈치보기는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군복무와 자녀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가 여부는 여군 경력관리의 최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일·가정 양립정책은 여군만의 문제가 아닌 남군의 복지혜택과 직결된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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