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인천대 총장

『자본주의 5.0』 펴내

급속히 쇠퇴한 자본주의

‘공유가치창출’로 극복해야 

 

29일 서울 그랑서울 1타워 5층 하나의료재단 강의장에서 열린 ‘MBS 경영자 독서모임’에서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자본주의 5.0-공유가치창출을 위한 클러스터 중심 자본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9일 서울 그랑서울 1타워 5층 하나의료재단 강의장에서 열린 ‘MBS 경영자 독서모임’에서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자본주의 5.0-공유가치창출을 위한 클러스터 중심 자본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조동성(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인천대학교 총장은 2013년 제자들과 함께 자본주의 5.0 연구회를 조직하고, 4년 동안 새로운 자본주의의 원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았다. 최근 펴낸 『자본주의 5.0』은 저자들이 치열하고 격렬하게 연구한 끝에 찾아낸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이자,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담은 역작이다.

시장 중심의 고전자본주의 1.0부터 정부 중심의 수정자본주의 2.0, 사회 중심의 신자유주의 3.0에 이어 사회 중심의 대중자본주의 4.0까지 자본주의는 많은 변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았다. 탄탄한 이론적 바탕 위에 성립된 자본주의 1.0부터 3.0에 비해 자본주의 4.0은 이론 없이 구호만 있었기에 지속성을 가질 수 없었다. 자본주의 5.0은 이론적 근거를 찾지 못하고 급속히 쇠퇴한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찾는다.

자본주의 5.0은 클러스터(Cluster) 중심이다. 클러스터란 ‘관련성 있는 기업들의 지역적 밀집’을 뜻하는 단어로, 신당동 떡볶이 골목, 동대문 의류 상가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자기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기업들과 달리 클러스터에 속한 기업들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즉, 개인 이익과 공동 이익, 사회 이익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자본주의 5.0의 핵심 전제와 정확히 일치하는 존재다.

이 개념은 미국 경제학 박사인 마이클 포터가 주창해 산업의 핵심 화두가 되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자본주의 5.0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하는 공유가치창출 자본주의가 되는 것이다. 조 총장은 “기업이익과 사회이익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성공적인 CSV”라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5.0』
『자본주의 5.0』

CSV는 주로 기업의 평판 관리에 활용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는 다르다. CSR은 기업이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감당하는 경영 기법으로, CSV와 비슷하지만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CSV는 외부의 압력이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다.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1926년 유한양행을 창립한 유일한(1895-1971) 선생은 공유가치창출의 원조로 꼽힌다. 그는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립이념을 앞세웠다. 기업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유 선생은 의약품 생산과 함께 위생용품, 농기구 등을 수입해 민중의 건강과 생활 향상에 진력했다.

조 총장은 “유한양행은 이익을 극대화시키지 않는 회사지만 여전히 시가총액 최고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경영을 하면 국민은 그 기업이 우리와 함께 오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화답한다. 국가에 공헌한 회사가 국민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아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 이것이 바로 공유가치창출”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사업을 평가할 때 투자회수기간과 투자이익률, 내부수익률만을 따진다. 그러나 자본주의 5.0의 공유가치창출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문화창달, 환경보호, 기업이 지향하는 목표 등도 평가 기준에 넣어야 한다. 기업가치와 사회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5.0』은 1.0부터 4.0까지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핀 후, 공유가치창출을 위한 클러스터 중심 자본주의의 목적, 기반, 수단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그 한계와 새로운 지향점까지 짚어낸다. 창조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영, 새로운 행정,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리더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정교한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건강하고 창조적이고 유의미한 자본주의 5.0을 탄생시켜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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