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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출관행 기준은 다분히 남성기업인 위주로

짜여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여성기업박람회에

참가한 일부 은행에서 기업인들이 상담하는 모습

“남자들은 사업을 해도 집안의 도움을 받거나 친구 또는 다양한 네트워

크를 동원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들이 증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성들은 사정이 다르다.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도 집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자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되는 어느 여성기업인의 항변이다.

국내 여성기업인들은 아직도 ‘사업은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발

목이 묶여 있다. 사실 신생기업들에게 초기 운영자금은 생명수와 같다. 그러

나 정부의 여성기업인 자금지원 약속과는 달리 현장의 여성기업인들은 속시

원히 해갈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정부의 약속

만 믿고 거래 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가 은행에서 담보를 요구하는 바

람에 다음날로 대출을 포기하고 말았다. 은행에 제시할 담보가 있을 정도면

대출은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오히려 자금지원 요청

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엄청난 양의 서류를 준비하느라 쓸데없

는 시간만 낭비했다고 전했다.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보증 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 벤처기업

인은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을 받으려다가 실사나온 직원들의

오만한 태도에 굉장히 불쾌했던 경험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 기업인은

자신이 그동안 사업해 온 실적으로는 충분히 신용보증을 받을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근거자료를 들이밀었지만 실사를 하러 나온건지 시비를 걸러 나온

건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계속 딴지만 걸며 사무실만 휘휘 둘러보는 그들에

게 봉투를 바라는 거냐며 직격탄을 날렸더니 그때서야 황급히 자리를 뜨더

라고 전했다.

화가 난 그 기업인은 신용보증기금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따졌고 거

듭된 사과와 함께 다음날 아침 사장을 직접 만나 신용보증을 받을 수 있었

다.“아마 사무실도 작고 사장이 여자라 별볼일 없는 회사라고 깔본 모양”

이라고 그 사장은 허탈하게 전했다.

속내를 뒤집어 보면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바깥세상에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요즘같이 여성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자격만 되면 여성이라도 대출

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느냐고 태연히 말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데도 약간의 근거는 있다. 작년 2월 여성기업지원법

이 제정되면서 여성기업인에 대한 인식제고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건 사실

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신수연. 여경협)가 정부위탁사업으로 많은

여성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여성벤처협회(회장 정희자)도 나름대로 여성

기업인들을 위해 투자설명회를 마련해 주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

만, 가려운 곳을 완전히 긁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여경협은 작년에 여성기업지원법이 만들어지면서 법적 보호를 받는 최초

여성경제단체로서 출범한 지 1년을 넘긴 상태라 다양한 여성기업준비사업을

마련 중에 있다. 여경협은 현재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은

없고 산업재산권의 해외등록시나 특허출원 비용의 50%에 한해 최고 3백만

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또한 해외 사업개척단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바

이어 상담 주선 및 장소 지원에 그치고 항공비 등 체재비는 본인 부담으로

하고 있다.

여경협 홍보담당 이유진씨는 “현재 일부 벤처캐피털회사나 창업투자사에

서 벌이는 여성기업자금 출연은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아 한계가 있다. 어

차피 여성기업인들의 자생력을 키우려면 자금지원이 필수다. 협회 차원에서

는 여성엔젤클럽 결성 등 여성기업인을 위한 자금출연 방법을 다양하게 모

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7월 은행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창업·여성기업과 관련한 대출상품을

내놓은 한미은행의 경우 올해 6월 7일까지 대출실적을 보면 전국 2천6백15

개 업체에 1천2백55억원으로 이 중 일부 상환된 것도 있다.

업종별로 자세히 분류해 놓지는 않았지만 당시 이 금융상품을 기획했던

유재문 대리는 미장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까지 지원한 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라고 전한다.

“ 이 상품은 당시만 해도 여성기업인에 대한 사회인식이 커지는 상황에

서 기존에는 없었던 상품이므로 주목을 끌었던 게 사실”이라고 전하면서도

유재문 대리는 한가지 아쉬움을 표했다.

여성중소기업 우대대출 상품은 신규거래업체의 경우 여·수신 관련 수수

료를 면제해주고 일반자금대출 신규시 타대출보다 0.5% 금리 우대, 무료 세

무 및 법률상담 서비스 제공, 우수 여성중소기업체 상품광고 대행, 금융정보

수시제공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제시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담보 부분

을 하향조정하지 못한 것이다. 여성중소기업 우대대출상품을 ‘미완의 작

품’으로 표현한 유재문 대리는 “기업인들에게 실제로 키 포인트인 담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좀더 보강된 상품이 나와주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5월 말 여성벤처기업전문투자유치설명회인 여성벤처마트를 개최한

윤정화 휴먼아이브릿지 사장은 “신생 여성기업들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

기업에 속한다. 이들이 기존 대출제도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으로부

터 금융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적어도 3년이나 5년 이상

된 기업체로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가능한 대출심사는 다분히 남성

기업인 위주로 짜여진 기준”이라고 지적하면서 “현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

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성기업인은 많지 않다. 씨드머니가 중요한 신생

기업체에 대한 투자는 우리 사회의 전문성을 키우고 결국 전체 중소기업을

성장시키는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정화 사장은 오는 8월 말 또 한차례의 여성벤처마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여성기업인 뿐만 아니라 여성이 중역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회사, 여성고용률이 60% 이상인 기업체도 참가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들어 투자설명회를 통해 증자 활동을 벌이는 첨단 기술 분야

여성벤처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더이상 정부나 금융권의 지원을 기다릴 시

간이 없기 때문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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