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지역구 여성 5선 추미애가

정권교체 과제 안은 더민주호 선장에

 

정치사 거목 박순천 뒤이어

여성 리더십 제대로 발휘해주길

 

여성폭력 해결과 여성 정치세력화 과제

“추미애 신임 당대표 약속 지켜야”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추미애 당선자가 꽃다발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추미애 당선자가 꽃다발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은 운명 같은 날입니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선장에 첫 지역구 여성 5선 추미애 의원이 선출됐다. 추 신임 당대표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에서 54.03%의 득표로 김상곤, 이종걸 후보를 여유 있게 꺾었다. 이날은 광주에서 판사를 지내던 그가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영입 제안을 받아 입당 원서를 쓴 1995년 8월27일로부터 꼭 21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추 대표는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 이같은 사연을 전하며 “오늘은 운명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추 신임 당대표는 더민주 사상 최초의 TK(대구·경북) 출신 당수이자 박순천, 한명숙의 뒤를 잇는 여성 당수로 야당사를 새로 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당 대표는 고 박순천 총재다. 1950년 대한부인회 소속으로 서울 종로 갑구에서 출마해 2대 국회의원이 됐다. 자유당 정권과 투쟁하면서 1955년 민주당 창당에 참여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후 네 차례 연임했다. 제3공화국 때 민주당 총재를 역임했고, 1965년 통합야당인 민중당 당수가 됐다. 당시 그는 야당의 최고 원로이자 최다선(5선) 여성이기도 했다.

고 박순천 총재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남성 의원들의 공격에 “나랏일이 급한데 암탉·수탉 가리지 말고 써야지, 언제 저런 병아리를 길러 쓰겠냐”고 응수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 대표가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 대표가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본명은 명련으로 박순천은 독립운동 때의 별명이다. 마산의신여학교 교사로 있던 1919년 3·1운동 당시 33인의 한 사람인 이갑성과 연결돼 마산 시위를 벌이다 붙잡혀 일주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후 도피 생활을 계속했다. 이때 ‘순천댁’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다 박순천이라는 이름으로 세인의 입에 굳어졌다.

추 신임 당대표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입문 후 지역구에서 뛰고 싶다고 했을 때 당시 당을 만드시던 김대중 총재가 장차 박순천 총재처럼 돼보라고 격려해주셨다”며 “여성으로서 한국 정치사에 큰 역할을 하셨던 그 분의 선수가 되고나니 어깨가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1987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평화민주당의 전열을 재정비할 때 박영숙 당시 평민당 부총재(작고)가 총재 권한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 박 전 부총재는 평생을 여성운동에 투신해온 여성운동계의 대모다. 1955년 YWCA에서 처음 사회참여 활동을 시작해 세상을 떠나던 날까지도 미래포럼 이사장, 살림이재단 이사장, 한국여성재단 고문,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동그라미재단 이사장 등으로 일한 현역 활동가였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012년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실을 예방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012년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실을 예방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어 여성운동가 출신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가 됐다. 참여정부 때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역임한 한 전 총리는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면서 취임 89일 만에 물러나는 비운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 전 총리가 각각 여야 양대 정당의 당수였을 당시 군소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에서 심상정·이정희 공동대표가 배출돼 ‘여성 대표 전성시대’를 맞기도 했다.

여당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정당 사상 첫 여성 당수로 기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며 ‘천막당사’라는 묘수로 ‘탄핵 역풍’을 맞았던 한나라당의 침몰을 막았고, 대선 직전이었던 2012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아직 새누리당은 여성 당대표를 배출하지 못한 상태다.

추 신임 당대표는 이제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2년간 당을 관장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은 더민주호의 새 수장으로 그가 어떤 여성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추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준비된 정당을 만들어 새로운 10년을 열겠다”는 캐치프레이즈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통신강정이다.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을 꾀하고(‘통’), 대선 후보를 흔들지 않고 신뢰 관계를 맺고(‘신’),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 국민의 주목을 받고 대선 후보를 흔드는 세력으로부터 그를 확고하게 지켜낼 강단이 있으며(‘강’), 국민이 믿고 표를 줄 수 있도록 정책 비전을 가진 당대표(‘정’)가 되겠다는 것이다. 분열과 치유, 통합을 통해 준비된 정당을 이끄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여성 당대표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된다. 추 대표는 지난 7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신문 주최 ‘20대 국회 개원 기념 여야 4당 최다선 여성 의원 좌담회’에 참석해 “여성 의제 해결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4당 최다선 여성 의원들과 협력해 법제화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추 대표는 이날 좌담회에서 자신이 정계에 입문한 이유에 대해 “지역구에 도전해서 다른 여성들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어 정치인이 됐다”고 말했다. 여성폭력 근절과 여성 정치세력화에 힘쓰겠다는 그의 약속이 향후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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