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에서 공개 인터뷰를 열었다. ⓒ변지은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에서 공개 인터뷰를 열었다. ⓒ변지은 기자

“차라리 정부는 손을 떼는 게 낫다. 우리끼리 싸움을 이어가겠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는 26일 오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에서 공개 인터뷰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우리 정부가 일본 측이 제공할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중 일부를 피해자들에게 현금 지급한다는 결정에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고, 길원옥(89) 할머니도 함께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위로금 10억 엔을 우리 정부가 현금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이런 길로 나아갈 거면 차라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며 “어떻게 위로금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끼리 싸움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촉구해온 피해자로서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성격의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도 바보다. 역사가 존재하는데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을 자기들만 아니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며 “아베 총리가 평생 그 자리에 있을까,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이 평생 그 자리에 앉아있을까. 자리에서 내려오면 국민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지금 저러고들 있는지 모르겠다”고 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를 한다고 해도 소녀상 이전 문제는 거론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과거 우리나라에 위안부 문제와 같은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소녀상은 이전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정부에선 지방의 몸이 성치 않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 얼마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협조해 달라고 하고 다닌다”며 “왜 정부는 안 되는 길을 자꾸 가려고 하는지, 그 자체가 참 한스럽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을 향해서는 “자기 딸이 수년간 일본군에 성폭행당하고 겨우 목숨만 살아 돌아와도 그렇게 할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의 친필. ⓒ변지은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의 친필. ⓒ변지은 기자

“모두가 해방됐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라고 말한 김 할머니는 “최후에 단 한 명의 피해자가 생존할 때까지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정부가 자기네들의 힘으로 할머니들을 누르지만 우리는 일본 아베 총리가 정식으로 사죄하고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때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대협 측은 오는 31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릴 제1246차 정기 수요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외교부는 일본 측이 내어놓을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엔의 사용 방안에 대해 피해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급 사업과, 모든 피해자를 위한 사업으로 나눠 추진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0억엔에 대해 배상·보상금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위로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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