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안 낳고 4명 중 1명꼴로 35세 이상 노산

OECD 출산 ‘꼴찌’ 평균 출산 연령도 32.2세

결혼 후 2년 내 첫째아 출산 엄마 69.4% 불과

 

보건복지부가 25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산 단기보완대책’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난임치료 지원이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된다. ⓒ뉴시스·여성신문
보건복지부가 25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산 단기보완대책’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난임치료 지원이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된다. ⓒ뉴시스·여성신문

결혼 5년차인 박혜민(36·서울 송파구)씨 부부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딩크족이다. 박씨는 “결혼은 해도 아이가 없으니 생활이 다소 풍족한 편”이라며 “분기마다 부부가 해외여행을 다닌다. 아이 낳고 산후조리까지 400만원 이상 든다는데 대학까지 보낼 생각만 해도 무섭다. 주변에선 나중에 외롭다지만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잡지사 에디터인 정의진(33·경기 과천시)씨는 딸 하나를 뒀지만 둘째는 낳을 생각이 없다. 남편이 집안일을 별로 돕지 않는 데다 친정도 멀리 있어 혼자만 양육 부담을 맡는 ‘독박육아’를 하고 있어서다. 정씨는 “밤이면 빽빽 울어대는 아이를 보면 괜히 화가 치솟는다”며 “산후 우울증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해 가끔 눈물을 쏟는다”고 말했다.

한국이 초저출산 국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24명으로 전년(1.21명) 대비 0.03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포르투갈(1.23명)을 빼곤 ‘꼴찌’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8400명으로 한 해 전(43만5400명)에 비해 3000명(0.7%) 늘었다. OECD가 정한 초저출산국 기준은 1.30명이다.

산모 4명 가운데 1명은 35살 이상 고령 산모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23.9%). 반면 25~29세 산모가 낳은 아이는 21.6%에 불과했다. 20년 전만 해도 25~29세 산모는 전체 출생아의 절반 이상(54.2%)을 낳았다. 여성 초혼 연령이 만 30세를 넘을 정도로 만혼이 보편화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도 32.2세로 2014년(32.0세)보다 늦어졌다. 해당 연령별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따지는 산모의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5∼39세 출산율은 48.3명으로 매년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데 반해 20∼24세 출산율은 12.5명, 25∼29세 출산율은 63.1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0.6명(-4.6%), 0.3명(-0.5%) 감소했다.

특히 결혼 생활 후 2년 안에 첫째아이를 낳는 비중은 69.4%로 전년보다 1.6%p 줄었다. 이 비율이 70%가 안 된 것도 통계청이 출산 통계를 낸 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만혼과 고령산모의 급증이 다태아와 조산, 저체중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등 다태아는 지난해 1만6166명으로 20년 전인 1995년(9422명)과 비교하면 2.8배 늘어났다. 단태아는 92.9%가 정상 체중이고, 다태아는 57.2%가 2.5kg 미만 저체중이었다. 1995년 3.0%였던 저체중아 비중은 지난해 5.7%로 약 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7주 미만(조산아) 출생아 구성비는 6.9%로 1995년에 비해 2.7배 늘었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이지연 인구동향과장은 “만35세 이상 고령산모는 난임 가능성이 높아 난임 시술로 출산하는 경우도 많다”며 “다태아와 조산아, 저체중아 비중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장은 “미국에선 1990년 이전까지 100년 이상 다태아 비중이 2%에 불과했다가 3.4%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3분의1은 고령산모 영향, 나머지는 난임 시술 발달로 꼽고 있다”며 “고령산모가 급증한 우리나라도 출산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시·도에선 세종시(1.89명), 시·군·구에선 전남 해남군(2.46명)이었다. 세종시는 인구가 늘고 젊은 층의 비중이 크다. 해남은 출산장려팀을 만들고 첫째아 300만원, 둘째아 350만원, 셋째아 600만원, 넷째 이상 720만원을 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4년째 출산율 1위를 지켰다. 해남의 출산율은 서울 종로구(0.81명)의 3배가 넘고, 전국 평균(1.24명)의 두 배에 달한다.

저출산이 갈수록 심해지자 정부는 25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7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출산율 회복을 위한 보완대책’을 논의 확정했다<그래픽 참고>.

올해 1~5월까지 출생아 수가 1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만2000명에 비해 1만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시술 의료비 지원 소득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남성육아휴직수당 상한액을 2017년 7월 이후 태어나는 둘째 자녀부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50만원 인상할 방침이다.

또 2017년 7월 이후 둘째가 태어나 2자녀 모두 6세 이하인 경우 근무지 전보에서 우대할 방침이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희망지에 우선배치할 계획이다.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등에 있어서도 우선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3자녀 이상인 가구에 대해서는 국민임대주택 공급시 50㎡ 이상 주택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