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초대 대통령부터 천재 체스 소녀까지 실화가 주는 감동

입양 아들 위한 졸리의 신작, 유화 작품 이어 만들어 낸 고흐의 생애

 

9월 개봉을 앞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중 한 장면. ⓒUniversal Pictures
9월 개봉을 앞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중 한 장면. ⓒUniversal Pictures

올해 1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3’는 미국에서만 1억45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5억1988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1편의 스토리 작가로 출발해 2, 3편 연출을 맡아 성공시킨 주인공이 재미교포 출신의 여성 감독 여인영(제니퍼 여 넬슨)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 테아 사록 감독의 ‘미 비포 유’는 베스트셀러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6월 3일 개봉 첫 주말 성적으로만 제작비 20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여성감독 영화의 성공과 계속되는 제작은 아카데미영화상의 성차별 논란이나 유명 배우들의 임금 성차별 비판 등 성차별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할리우드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한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여성 감독 영화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 할리우드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주목할 만한 여성 감독 영화를 살펴본다.

9월 개봉작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12년 만에 돌아온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제 3탄인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샤론 맥과이어 감독과 르네 젤위거와 콜린 퍼스가 다시 뭉쳤으며 휴 그랜트가 빠진 자리에는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의 패트릭 뎀시가 합류했다. 여전히 싱글인 브리짓과 옛 남자친구 마크 다시, 새로운 남자친구 잭 콴트 사이의 삼각 로맨스와 함께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큰 위기를 맞은 브리짓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개봉은 9월 16일, 국내에서는 9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인도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감독 중 한 명인 미라 네어 감독의 최신작 ‘퀸 오브 카트웨’도 9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우간다 슬럼가 출신의 소녀 피오나 무테시가 세계 체스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 ‘노예 12년’으로 2014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루피타 뇽이 피오나의 엄마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아메리칸 허니’ 포스터. ⓒA24 Films
‘아메리칸 허니’ 포스터. ⓒA24 Films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아메리칸 허니’도 9월 30일 개봉된다. ‘레드 로드’ ‘피쉬 탱크’로 이미 두 번의 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에게 세 번째 심사위원상을 안겨준 이 영화는 집에서 도망쳐 나온 10대 소녀가 미국 중서부를 횡단하며 잡지를 판매하는 청년집단에 합류해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개봉에 앞서 9월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영화들도 화제다. 9월 초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되는 엠마 아산테 감독의 ‘어 유나이티드 킹덤’은 1966년 독립한 아프리카 신생국 보스와나의 초대 대통령이자 옛 베추아날랜드의 왕자였던 세레체 카마, 그리고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한 영국 여성 루스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인종 결혼이 허가되지 않던 시대에 영국과 남아프리카 정부, 가족의 격렬한 반대에 대항하며 보스와나를 이끌어가는 부부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열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선 경쟁부문 진출작인 ‘더 배드 뱃치’가 눈에 띈다. 2014년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로 세계 영화제를 휩쓸었던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신작으로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음울한 러브스토리. 키아누 리브스와 짐 캐리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올 가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안젤리나 졸리 감독의 신작 '퍼스트 데이 킬드 마이 파더(First They Killed My Father : A Daughter of Cambodia Remembers)'도 눈길을 끈다. 캄보디아 출신의 인권운동가 로웅 웅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크메르 루즈 정권하에서 살아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이 작품은 졸리가 캄보디아에서 입양한 아들 매덕스를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러빙 빈센트’ 포스터. ⓒBreakThru Films
‘러빙 빈센트’ 포스터. ⓒBreakThru Films

이 외에도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100여명의 화가들이 그려낸 6만 5000여점의 유화를 80분짜리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으로 엮어낸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의 ‘러빙 빈센트’, 거린더 차다 감독과 질리안 앤더슨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총독의 집’,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로빈 스위코드 감독의 신작 ‘웨이크필드’, ‘트와일라잇’ 1편의 감독 캐서린 하드윅이 제리 스피넬리의 청소년문학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기는 ‘스타걸’ 등도 올 하반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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