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성범죄자 신상 체계적 관리… 재범 억제 효과

신상정보 경찰과 공유 “성범죄 예방 실효성”

사례1. 지난 3월 혼잡한 출근길에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던 21세 여성 A씨는 갑자기 수상한 기운을 느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자신을 누군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김씨가 소리를 지르자 주변사람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현장에서 적발된 범인 B씨는 31세 남성 직장인이었다. 재판에 회부돼 벌금 300만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받은 B씨는 자신이 성범죄자 신상등록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고 기절초풍했다.

법무부 특정범죄자관리과 관계자는 “B씨는 단순히 벌금처분, 보호관찰소 이수 명령 등으로 사건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며 “몰카 성범죄가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B씨는 20년간 신상정보 등록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에 거주하는 62세 남성 C씨(무직)는 지난해 9월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6세 여자아이에게 접근해 함께 숨바꼭질을 하고 과자를 주는 등 환심을 얻어 경계심을 풀게 한 후 수차례 입맞춤을 하고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성추행을 했다. C씨는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치료수강 40시간, 공개·고지명령 3년을 선고받았다.

“우리 동네 성범죄자는?” 열람 가능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성범죄 예방과 재범 억제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말 현재 신상정보 등록 현황은 4만1080건으로 등록 3만1714건, 등록‧공개 860건, 등록‧공개‧고지 명령을 받은 건수는 8506건에 달한다<인포그래픽 참고>.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법률에 의해 성범죄 예방‧수사에 활용하기 위해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제도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성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의 행복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법무부는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나 법원으로부터 공개명령을 선고 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등록한다. 신상공개는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으로 나뉘며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 공개명령은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모든 국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한다. 고지명령은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읍‧면‧동 지역의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있는 세대와 어린이집 원장, 유치원 원장, 초‧중‧고 교장 등에게 우편으로 고지한다.

신상정보제도는 2000년 7월 시행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2002년 처음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자 443명의 명단을 공개한 후 지속적인 법 개정을 통해 2010년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기간이 20년으로 늘었다.

법무부 양현규 서기관은 “2010년 1월 법 명칭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신상정보 열람 방식이 온라인을 활용한 정보통신망 공개 방식으로 달라졌다”며 “웹사이트를 통해 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 신상등록 성범죄자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정보 등록 기간이 20년으로 늘어난 것은 2010년 4월부터다. 이듬해 신상정보제도에 ‘고지’가 추가돼 성범죄자 정보를 범죄자 거주지 읍‧면‧동 내 청소년 세대원을 둔 세대주들에게 우편으로 알려준다. 특히 2011년 4월 성인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가 등록, 공개됐다. 

성범죄와의 전쟁… 무관용 원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면 판결 확정 후 30일 이내 주거지 관할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의 신상정보를 내야 한다. 등록 기간(20년)동안 제출 정보가 변경될 경우 20일 내에 경찰서에 새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또 최초 등록일로부터 1년마다 주소지 관할 경찰관서에 나가 자신의 정면·전신·좌·우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관할 경찰은 등록 기간 중 6개월마다 직접 대면 등의 방법으로 등록 정보의 진위나 변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양현규 서기관은 “성범죄자에 대한 강경 대응은 미국의 형사 처벌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소외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유럽과 주변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모든 신상정보를 20년간 일률적으로 등록·관리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앞으로 개정되는 성폭력처벌법에선 선고형에 따라 등록 기간이 차등화되는 것으로 법안이 상정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간음·추행 행위가 없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성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로 벌금형을 받으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나 앞으로는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배포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도 제외된다.

또 현행 등록 기간 20년을 기준으로 선고형이 비교적 낮은 경우는 기간을 10년, 15년으로 줄이고 선고형이 현저히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는 30년으로 늘려 선고형에 따라 등록 기간을 차등화한다. 이와 함께 최소등록 기간이 지났거나 재범이 없는 등 객관적 ‘클린레코드’ 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해 잔여 기간을 면제하는 클린레코드제도가 도입된다. 최소등록 기간은 전체의 약 70%다.

개정안에 따라 현행 6개월로 일률적으로 정해진 경찰의 등록 정보 확인 주기는 등록 기간 등에 따라 차등화된다. 법무부 특정범죄자관리과 관계자는 “신상공개·고지 대상자거나 등록 기간이 30년이면 3개월, 등록 기간 20년‧15년이면 6개월, 등록 기간 10년이면 1년마다 등록 정보를 확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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