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 초기에 발생하는 이른바 ‘쉐딩현상’은 탈모치료가 되고 있다는 사인이기도 하다. ⓒ이노진
탈모치료 초기에 발생하는 이른바 ‘쉐딩현상’은 탈모치료가 되고 있다는 사인이기도 하다. ⓒ이노진

탈모치료에 있어 중도 포기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른바 ‘쉐딩현상’이다.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나 로게인(미녹시딜)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2~3주차부터 3개월 정도까지는 오히려 탈모량이 증가한다고 걱정한다. 탈모치료를 시작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던 분들께는 그야말로 충격인 것이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머리가 더 빠진다. ‘일시적인 거겠지’, ‘곧 괜찮아지겠지’라며 일단 며칠 지켜보기로 한다. 하지만 다음 날도 계속 빠진다. 결국 대부분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내게는 프로페시아나 로게인이 안 듣나 보다’ ‘나한테는 부작용이 나타나나 보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오히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인한 수천 명 임상시험 데이터의 힘을 믿어야 할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 진행한 ‘디지털 포토트리코그램’이라는 정확한 모발측정방법을 통한 연구에 의하면, 미녹시딜 사용 첫 3개월 동안은 탈모량이 늘어나고 모발 밀도도 줄어든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6개월쯤에는 사용전과 비교하여 다시 모발 밀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2개월째에는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확실히 모발밀도와 모발 굵기가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럼 왜 쉐딩현상이 일어나는가? 아직 정확한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이것이다. 바로 모낭이 모발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는 것이다. 마치 공장에서 어떤 특정 크기의 나사를 만들던 기계를 가동할 때, 프로그램에 의해 세팅되면 일단 가동하는 중간에는 그 나사의 크기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거래처에서 나사의 크기를 크게 늘려달라고 요청이 오면,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 기계를 세팅해야 하는데, 기존에 만들어지고 있던 나사는 모두 버리고 새로 생산을 시작해야 하는 원리와 같다.

미녹시딜과 같은 성장촉진제에 의해 신호를 받은 모낭은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여태껏 만들어 내던 모발을 버리고,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가 새로 세팅을 해서 더욱 굵고 강한 모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미 휴지기에 들어서 있던 모낭은 새로운 신호에 의해 더 빨리 휴지기를 끝내고, 새로운 성장기를 시작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시적으로 탈모량이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또한 곧 빠져야 할 충분히 자란 모발 뿐 아니라,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얇고 짧은 모발도 같이 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쉐딩현상은 피할 수 없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모발이 자라기 위한 그 첫 번째 단계는 모발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치료약물에 반응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다. 쉐딩현상은 탈모치료가 되고 있다는 사인인 것이다.

(탈모전문브랜드 볼빅 개발자 깐깐한 Mr.심과 더 많은 소통을 원하시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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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주)이노진 기업부설연구소 소장은…

코슈메슈티컬 볼빅 개발이사/ 네이버 탈모카페 “탈모뽀개기” 운영/ 피부·탈모 칼럼리스트/ 전 디지털 지노믹스 DNA Chip 기획개발/전 한국얀센 임상연구 프로젝트 매니저/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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