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훈계는 오만
반성 없는 훈계는 오만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08.18 22:38
  • 수정 2016-08-18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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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경복절 경축사

현실 진단만 있고 성찰이 없고

나아갈 방향만 있고 실천 방법 제시가 없고

국정운영 기조 바꿔 야당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빈들과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빈들과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4번째 광복절 경축사를 했다. 통상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는 북한이나 일본, 그리고 동북아 안보 문제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국민 메시지와 국내 문제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표현을 네 번 썼고, ‘자신감’(4회)과 ‘자긍심’(1회) ‘공동체’(4회) 등의 단어도 많이 사용했다. 여하튼 박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를 통해 남은 재임 기간 동안 “국민의 저력과 자긍심을 발휘하고 긍정의 힘을 되살려서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번 경축사에는 세 가지 없었다. 첫째, 현실에 대한 진단만 있지 성찰이 없다. 박 대통령은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 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왜 많은 국민들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지에 대한 원인 규명과 성찰이 없었다.

대신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막연한 호소만 있었다. 야당이 이런 경축사에 대해 “남 탓만 한다”고 혹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신의 불통과 오만,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국민에게만 훈계하는 모습은 과거 정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둘째, 나아가야 할 방향만 있지 이를 실천할 방법에 대한 제시가 없다. 가령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관련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역사를 직시하자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야당이 “졸속적인 위안부 합의는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지우고 타협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소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셋째, 국민 통합만 강조했지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 야당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박 대통령은 노동·교육개혁 추진, 신산업 창출을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주요 국정 과제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기업주는 어려운 근로자의 형편을 헤아려 일자리를 지키는 데 보다 힘을 쏟아주시고,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근로자들께서는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한 걸음 양보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교육이 진정한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꿈과 끼를 길러주는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이런 개혁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선 야당과의 소통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야당이 반대하는 사드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기업을 향해서는 “신산업 진출을 두려워해 머뭇거린다면 경제의 역동적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갖고 과감한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과 기업을 가르치려고만 하고 야당을 불신과 증오의 대상으로만 여겨 포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통합도 개혁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둠속으로 치닫게 된다. 광복절 다음날 박 대통령은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재수 농수산유통공사 사장, 환경부 장관에 조경규 국무조정실 2차장을 각각 내정했다. 여당은 국정안정을 위한 적재적소 인사라고 호평했고, 야당은 국정 쇄신 요구를 묵살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래도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장관이 한명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하튼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드러난 성찰, 방법, 소통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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