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관객들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과가 아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관객들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과가 아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최 측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주최 측이 초동대처에 미흡했다며 사과에 그치지 말고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에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 열렸다. 이번 펜타포트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80여개 팀이 참가해 8만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펜타포트 현장은 인파로 붐볐고 성추행 신고가 잇따랐다. 공연을 보던 중 남성 관객이 여성 관객의 신체를 만지거나, 간이화장실에서 칸막이를 넘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또 성추행을 당한 관객 중 일부는 행사 도중 스태프들에게 신고했지만, 주최 측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여성 관객은 트위터(@nupp****)를 통해 “루디스텔로 공연 중에 한 외국인이 여성 관객들의 허리를 감고 어깨에 손을 얹는 등 불쾌한 행동을 했다. 한번 언쟁이 오갔는데 다른 여성 관객들에게 계속 그랬다”고 말했다. 이 관객은 즉시 스태프에게 성추행 신고를 했지만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객도 펜타포트 공식 페이스북에 “마지막 날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드림 앞 잔디밭에서 술인지 약인지 잔뜩 취해서 여자만 보면 한 명도 빠짐없이 가서 ‘섹시걸’ 거리며 추근대던 양남(서양 남성)이 있었다”며 “아무리 쫓아내도 우리 돗자리에만 세 번을 오길래 스태프에게 얘기했더니 일 터지면 조치를 하겠다고.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죠? 락페에서까지 ‘헬조선’ 식으로 하면 어떡하나요”라고 주최 측의 미흡한 대처를 꼬집었다.

성추행뿐만 아니라 ‘화장실 몰카’ 범죄도 있었다. 주최 측에 직접 신고한 당사자라고 밝힌 여성 관객은 “간이화장실이 남녀로 나뉘어 있었지만, 휴대전화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고 댓글을 남겼다.

 

인천 펜타포트 성추행 문제와 관련한 주최 측 예스컴의 공식 사과문. ⓒ인천 펜타포트 공식 트위터(@Pentaport)
인천 펜타포트 성추행 문제와 관련한 주최 측 예스컴의 공식 사과문. ⓒ인천 펜타포트 공식 트위터(@Pentaport)

펜타포트의 주최 측인 예스컴은 항의가 잇따르자 지난 16일 공식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려 “관객분들이 지적해주신 성추행 문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피드백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 특히 관객분들의 조언대로 새벽 시간대 공연의 스테이지 안과 주변의 순찰을 강화해야 하는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한 관객은 이 사과문에 대해 “우리가 항의하는 건, 펜타포트의 성추행 신고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기에 신고 들어온 내용에 대해서도 대응을 못 했느냐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지, 사과를 받으려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객도 “내년부턴 성범죄 예방 차원에서도 가시적인 활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성범죄 의사를 적극적으로 품고 오는 악질 관객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예스컴은 “내년부터는 성추행 특별 전담팀을 운영해 범죄자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경호업체 교육 강화와 더불어 CCTV 추가 설치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록 페스티벌의 성추행 문제는 이번 펜타포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지금까지 국내 록 페스티벌을 다니면서 당해본 성추행을 다 합치면 대여섯 번쯤 될 것”이라며 “2012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선 당시 미성년자였던 나에게 자신의 성기를 비빈 성추행범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여성신문의 지난 2013년 8월 보도에 따르면 2013년 펜타포트에서도 여성 참가자 A씨가 “외국인 남성 B씨가 성추행을 한다”고 주변에 있던 안전요원에게 신고를 한 일이 있었다. 경찰은 B씨를 현장에서 잡았지만, A씨의 연락처를 미리 받아 놓지 않아 수사는 종결됐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김현지 활동가는 “최근 페미니즘이 다시금 대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성범죄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려도 괜찮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자신의 피해를 용기 내 밝히는 여성 한 명 한 명이 모여 이런 환경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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