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부터 불면증, 식욕감퇴,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 장애까지

부산서 펫로스 증후군 앓던 40대 여성 자살 사건 발생

주변사람들 관심 가져야… 슬픔 공유하면 극복 가능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갑작스러운 이별로 우울증과 슬픔을 지속해서 겪는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관계자가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갑작스러운 이별로 우울증과 슬픔을 지속해서 겪는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관계자가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생 이상미(23)씨는 지난 3월 애지중지 키워오던 반려묘를 잃어버렸다. 할머니가 외출하려고 열어둔 현관문 사이로 반려묘가 뛰쳐나간 후 온가족이 나서 행방을 쫓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당시 우리 가족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어요. 어느날 갑자기 가족을 잃은 기분이었어요. 동생이나 자식같이 키웠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많이 힘들었죠.”

직장인 안소미(25)씨는 지난해 인생의 절반인 13년을 함께 생활한 반려견 ‘뽀미’와 이별했다. 뽀미가 죽기 직전에 많이 아파서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이별이 다가오자 충격이 커서 며칠간 눈물을 쏟았다. “한 일주일가량 그냥 멍한 채 있었어요. 그냥 가족이 죽은 것과 똑같았어요. 뽀미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던 모습도 생각나고. 임종하던 순간도 계속 생각나고…. 뽀미랑 이별한 후 다른 강아지는 못 기르겠더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갑작스러운 이별로 수주일부터 수년까지 우울증과 슬픔을 지속해서 겪는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허탈감부터 우울증, 불면증, 무기력, 식욕감퇴,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 장애까지 증상은 다양하다. 지난 2012년에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던 부산의 40대 여성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펫로스 증후군은 가족보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상실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연약해서 돌봐줘야 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던 존재다. 그 대상이 사라졌다는데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박소연 동물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 수명이 사람보다 짧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현실에선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아예 밥도 못 먹고, 계속 울다 나중엔 동물을 쳐다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트라우마나 외로움을 이겨내려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게 된 사람,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동안 생활한 사람은 펫로스 증후군을 더 심하게 앓게 된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내려면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감을 표현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엄은미 서울중독심리연구소 상담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속앓이를 하다 펫로스 증후군에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마음가짐이나 반려동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교육 받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미리 준비하고 이별 후에 극복 방안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펫로스 증후군 극복법

1. 충분한 애도시간 갖기

자신과 이별한 반려동물과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 집안에 추모 공간을 따로 만들어 사진을 놓거나 이별한 반려동물에게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것도 좋다.

2. 종류에 상관없이 다른 동물 입양하기

새로운 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반려동물과 애착을 갖는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다.

3. 슬픔 공유하기

같은 슬픔을 지낸 사람들과 이별을 공유하자. 서로 슬픔을 나누고 다른 이들과 공감하면서 증상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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