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무릎 꿇고 통곡한 성폭력 가해자 어머니
법정서 무릎 꿇고 통곡한 성폭력 가해자 어머니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승인 2016.08.18 17:29
  • 수정 2017-07-15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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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법정 앞 복도에서 60대 여성이 무릎을 꿇은채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울고 있었다. 아들이 강제추행치상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그 집행을 3년간 유예한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도 이 어머니는 법정 구석에 앉아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5월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이 된 아들이 오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게 된다니 어머니로서는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갔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 와서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했으며,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상당금액을 공탁하고,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했다. 나는 법정을 나오며 마주한 가해자 어머니의 무릎 꿇은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했다.

그 어머니의 눈물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물론 선처해준 재판부에게만 향하는 눈물은 아니었으리라. 그동안 도움을 준 변호인단을 비롯해 피고인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써 준 주변사람 등 감사할 분이 많았으리라. 반면 그 눈물에는 1심 재판기간 내내 범행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는 전략(?)을 택했다가 2심에서는 180도로 입장을 바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아들을 비롯한 가족에 대한 부끄러움과 성찰의 의미도 있을까?

그 무엇보다도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까? 그분에게 직접 묻지는 못했지만 이후로도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질문들이다. 사실 그 어머니가 아니라 가해자 당사자에게 던지고 싶은 말이다. 세상에 아들에게 성폭력범이 되라고 가르치는 어머니는 없을 것이니까.

특히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한 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과 분노, 모멸감, 불안감, 불면증, 소진(burnout), 사회·경제적 손실 등을 생각하면 재판부의 ‘유죄 판결’이 피해자의 치유에 얼마나 실제적인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할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죄가 없는 한, 재판에서 승소를 한다 해도 피해자는 크게 힘이 나지 않는다. 더욱이 진정성 없이 오로지 감형을 위한 가해자의 사과는 더한 분노를 가져올 뿐이다.

돌아보면 내가 상담소에서 활동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가해자 가족들은 처음에는 ‘그 사람은 절대 성폭력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한다. 심지어 무고로 역고소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정황이 불리하게 되면 맘에도 없는 사과를 하면서 합의를 요청하는 것이다. 2013년에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1심 선고 전에 합의만 하면 형사 사법절차는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합의를 위해 피해자 집 앞에 가족들이 돌아가며 진을 치고 있거나 직장까지 찾아오고 심지어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쫒아와 2차 피해를 주곤 했다. 지금도 합의를 하면 감형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합의를 하려고 하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면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놓아 재판부의 감형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아직도 눈에 선한 법정 복도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렸던 그 어머니에게 당신의 ‘금쪽같은 자식’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은 피해생존자에 대한 존중을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집행유예로 세상에 다시 나온 그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이후 변화된 일상이 피해자의 치유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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