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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의 위력이 대단하다. 이미 미국등의 언론학자들은 현대정치

가 곧 미디어정치임을 간파한바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만나볼 기

회가 적어 거의 대부분의 선거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얻는다. 그것도

거의 TV를 통해. 때문에 군소후보들은 TV토론이 헌법에 보장된 참

정권을 제한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토론문

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후보들이 토론자체를 기피해왔다.

87년 92년의 대선에서도 TV를 통한 정견발표의 기회는 있었지만

토론은 없었다. 지난95년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때가 처음이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던 3인이 국민앞에서 토론을 벌여 시청자들의

표심을 바꾸어 놓은 적이 있다. 토론전에는 박찬종후보가 젊은층의

광범한 지지로 1위를 지켜나왔지만 토론후 조순후보의 인기가 급상

승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11월25일 후보등록전 마지막 TV

토론이라 할 수 있는 11월중순의 토론후 2위의 이인제후보와 3위의

이회창후보의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모든 신문 방송사가 여론조사를 벌였는데 거의 오차범위인 지지율

3%차안에서 이회창후보가 2위로 뛰어 오른 것이다. 아들의 병역시

비이후 13%대까지 급락해 3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회창후보의 지

지율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언론들은 그 원인을 무엇보다도 국민신

당에 대한 YS지지설때문에 반YS경향이 뚜렷한 TK지역이 이회창후

보지지로 급선회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민주계 일부의원들의 탈당파동으로 “민정계만 남아 5·6공당이 됐

다”고 비난받던 신한국당이 조순민주당총재의 합류로 어느정도 개

혁이미지를 되찾은 것도 이유가 된다. 이와 더불어 마지막 TV토론

에서 이회창후보가 공격적 답변으로 자신감을 표출한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았다.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 거의 미미한 지지율부터

출발했던 이인제후보가 “박정희대통령을 닮았다”라는 이미지로 기

라성같은 경선주자들을 물리치고 2위를 기록한 것도 TV덕분이었다.

이후 경선에 불복해 대선출마를 선언했을때도 우리 정치윤리상에는

용납될 수 없는 사항인데도 이 참신하다는 이미지로 버텨나왔다. 그

런데 막판에 와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반DJT연대 움직임에

서 역시 여당경선후보인 이회창후보가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TV토론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11월중순의 마지막 토

론때도 마찬가지였다.이회창후보에 대한 질문내용보다 이인제후보에

대한 질문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소위 패널리스트들의

질문의 공정성에 대한 비난이다. 3방송사는 같은 인물이 계속 나왔

지만 신문의 경우는 6개사가 3명씩 나누어서 했기때문에 당연히 패

널리스트들이 달라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또다른 비난은 패널리스트들이 한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기자회견식 토론회였기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토론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간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등에서는 어떻게 하면

공정성과 토론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를

정리한 것이 ‘시민방송토론위원회’다. 이들이 정치권에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고 정치개혁특위서 이를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는 처

음으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법정기구로 탄생한 것이다.

이를 법정화한 것은 위헌소지도 있다. 군소후보들에게도 3후보와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 만들어진 법조문

에 따라 “공영방송사가 주최하고 정당 변호사협회, 언론학계, 언론

인단체, 시민사회단체등에서 추천한 인사 11인으로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후보등록일인 11월25일부터 선거직전인 12월17일까지 3

회이상 ‘합동토론회’를 개최한다. 합동토론회이므로 한자리에 적

어도 2명이상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는 개인 공청회였기 때문에

후보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할 수 있었지만 합동토론의 경우에는

어렵다.

이 위원회가 국민의 결정에 도움을 주는 진정한 토론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든 후보의 장단점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마지

막 공방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하나 더 바랄 것은 그간 제시한 많은

비전과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위원들이 한국형 토론형

식과 의제를 만들어 후보들간의 차별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

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거는 여론의 수렴과정이다. 국민의 뜻을 모

으는 축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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