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뒤바뀐일본사회’ 해시태그로 여성 억압 폭로 

한국 여성들 공감… 트윗 퍼나르고 응원글도 

‘한일 연대를 위한 트위터 계정’도 생겨

 

‘#남녀가뒤바뀐일본사회’(#男女逆転した日本社会) 트윗 모음 페이지. ⓒtogetter.com
‘#남녀가뒤바뀐일본사회’(#男女逆転した日本社会) 트윗 모음 페이지. ⓒtogetter.com

“남성은 25세가 넘으면 ‘난 이제 아저씨니까 나이를 말하는 건 싫어요’라고. 남성의 임금은 여성의 70%정도지만 ‘남녀평등이니까 데이트 비용은 더치페이 해야’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많고 이혼하고 아이와 고생하는 쪽은 대부분 아버지. 남편이나 연인에게 다른 사람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야’라고 부르는 여자들 뿐.”

 

이번 미러링의 시초로 추정되는 트윗 메시지. ⓒhttps://twitter.com/gaoqiao412
이번 미러링의 시초로 추정되는 트윗 메시지. ⓒhttps://twitter.com/gaoqiao412

지난 8월 1일 일본 트위터에 ‘#남녀가뒤바뀐일본사회’(#男女逆転した日本社会)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글을 시작으로 익숙한 여성혐오 표현의 성별을 바꿔 되돌려주는 ‘미러링’이 일본 트위터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미러링은 성별을 바꿔 남성과 여성의 지위 격차와 여성에 대한 억압을 드러내는 패러디 표현. 최근 국내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메갈리아’도 미러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를 통해 일본 여성들도 그동안 경험했던 억압과 차별, 말하지 못했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전철이나 편의점에는 남성의 수영복 사진이 낯뜨거운 문구와 함께 쓰여 있는 잡지(광고)가 당당하게 놓여 있다.”

“이혼하면 아이는 대부분 여성이 맡는다. 한부모 가정의 빈곤율은 54.6%이며 양육비를 받는 비율은 20%밖에 안 되지만 아이 엄마에게 강제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역대 총리는 모두 여성. 남성 국회의원은 10%정도. ‘남성에게 참정권을 준 것이 잘못’이라고 발언하는 여성 정치인이 총리가 됐다.”

“평균 결혼 연령은 남성 29세, 여성 31세지만 결혼정보지 표지 모델은 20대 초반의 잘생긴 남자모델이고 광고에선 15세 소년이 신랑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일터나 가정, 생활 속에서 느꼈던 차별에서 정치나 경제, 미디어, 사회적인 문제까지 다양하다. 딸이라서 느꼈던 소외감은 “나도 엄마 자식인데 남자라는 이유로 식사 준비도 설거지도 빨래도 내가 해야 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로, 일과 가정 완벽한 슈퍼우먼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맞벌이 부부지만 ‘집에서만큼은 쉬게 해 달라’고 말하는 아내와 휴일에도 가사노동과 육아에 시달리는 남편”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발언을 되돌려주는 수위가 센 성적 발언들도 보인다.

‘#남녀가뒤바뀐일본사회’(#男女逆転した日本社会) 해시태그의 탄생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면 ‘#후지TV는야마모토를내보내지마’(#フジテレビは山本を出すな)와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10년 전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일으킨 후 방송에서 퇴출된 개그맨 야마모토 케이이치의 복귀 특집을 진행한 7월 30일 후지TV의 예능프로 ‘메차이케’에 분노한 SNS 유저들이 ‘#후지TV는야마모토를내보내지마’ 해시태그를 시작했고 연이어 #남녀가뒤바뀐일본사회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집단행동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일 여성들의 연대의 가능성이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어서일까. 일본 여성들의 메시지를 보고 공감을 느낀 한국 여성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들은 ‘#남녀_역전한_일본사회_번역’이라는 해시태그로 트위터 글을 번역해 나르기 시작했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며 직접 답장을 보내 교류하기 시작했다. ‘#남녀가뒤바뀐사회_한국편’(#男女逆転した日本社会_韓国編) 해시태그를 통해 한국의 상황도 전했다.

 

한일 페미니즘의 연대를 위한 트위터 계정 ‘Stronger Together’. ⓒtwitter.com/feminism_for_us
한일 페미니즘의 연대를 위한 트위터 계정 ‘Stronger Together’. ⓒtwitter.com/feminism_for_us
 

10일 한일 연대를 위한 트위터 계정 ‘Stronger Together’(@feminism_for_us)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한국과 일본 여성들의 페미니즘과 그 연대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하는 이 계정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한국과 일본의 트윗글과 해시태그를 리트윗하며 성차별, 성폭력, 피해 사례, 페미니스트로서의 경험 등을 직접 수집해 소개한다.

아쉬운 점은 SNS 상에선 활발한 활동이 이뤄진데 비해 일본 미디어의 반응은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일본 검색 사이트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트위터 글이나 트위터 마토메(정리본)만 보일 뿐 이를 다룬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메갈리아’와 관련해 앞다퉈 보도하며 오히려 미디어가 남녀 간의 분쟁을 부채질하기도 했던 한국 사례를 생각해볼 때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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