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남자현. 가장 높은 훈격인 대한민국장은 중국 장개석 총통의 부인인 송미령 여사가 받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대통령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남자현. 가장 높은 훈격인 대한민국장은 중국 장개석 총통의 부인인 송미령 여사가 받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독립운동을 하면 4대가 망한다’라고 말한다. 매년 3·1절과 광복절을 맞아 수많은 경축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특히 필자가 만난 유족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여성 독립운동가 알리기에 힘을 싣고 있는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이제야 ‘나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를 말할 때 당당하게 가슴에 내민다고 고마움을 표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분명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유족이면 당연히 당당해야 하고 그에 걸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영화 ‘암살’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정말 영화처럼 여성들이 총을 들고 무장한 채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을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서슴지 않고 ‘그렇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 그들은 당당했다.

올해 광복 71주년을 맞아 일제의 탄압과 수탈 속에 분연히 일어났던 여성 영웅들은 지금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 지 살펴보았다. 3월 1일 기준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는 272명으로 전체 독립운동가 1만4300여 명 중 약 2%에 해당된다. 보통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유관순 열사 외에 많은 분들이 있다. 그 외에도 서훈을 받지 못했지만 독립활동 이력이 있는 이들을 포함한다면 여성 독립운동가 수는 3000명을 훌쩍 넘는다.

독립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거나 훈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라도 훈격을 받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과연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현재 높은 훈격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장, 대통령장, 독립장을 받은 여성 독립유공자는 단 12명에 불과하다. 대체로 낮은 훈격인 애족장과 대통령 표창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애국장과 건국포장 순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가장 높은 훈격인 대한민국장은 중국 장개석 총통의 부인인 송미령 여사가 유일하고 대통령장은 남자현 여사 뿐이다. 전체 여성 독립운동가 중에서 가장 높은 훈격 대상자를 외국인에게만 부여한 나라. 이것은 외면받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성의 역사’를 올곧게 세우거나 예우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물론 이들의 발굴도 부족했지만 훈격을 받은 이들을 재평가하는 작업도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여성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현실을 짐작되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품격을 높이는 일, 그것은 여성의 역사를 올곧게 세우고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여성 독립유공자를 위한 정책을 다지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다가올 광복 100주년을 향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하고 나아가야 하는가를 다시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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