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 이정현 의원 새 대표 당선

혁신, 당내 화합, 당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대통령 아닌 국민에게 충성해야 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에서 친박 주류의 이정현 의원이 새 대표로 당선됐다. 한국 보수 정당 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나왔다.

이 의원은 선거인단 투표(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 결과를 합한 결과, 총 4만4421표(득표율 40.9%)를 얻어 대표에 당선됐다. 비박계 단일후보로 나선 주호영 의원은 총 3만1946표(29.4%)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어 이주영·한선교 의원이 각각 2만1614표(19.9%), 1만757표(9.9%)로 뒤를 이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5명 가운데 4명을 친박계가 차지했다. 4․13 총선직후 새누리당내 역학 구도가 ‘친박 70%, 비박 30%’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이번 전대에서 확인된 셈이다. 2년 전 김무성 대표 체제 출범 당시 선출직 최고위원 중 친박은 서청원 의원 한 사람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당내의 친박 장악력이 얼마나 강화되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새누리당 전대는 ‘친박 패권’ 심판이라는 4월 총선 민심과는 정반대로 갔다. 새누리당은 민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섬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새누리당의 치명적 한계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4․13 총선 참패이후 4개월만에 ‘도로 친박당’으로 완전히 회귀했다. 이런 치명적인 한계속에서 이 신임 대표가 새누리당의 변화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첫째, 혁신이다. 새누리당 혁신의 최대 과제는 수평적 당·청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신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수직적 당·청 관계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부터 공보특보와 대변인을 지냈고, 청와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했다. 더구나 그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박대통령을 행해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 신임대표가 온각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민정 수석 처리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새로운 당·청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만약 이 대표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전략적 모호성에 의존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청와대 오더에 따라 움직인다면 당의 혁신은 물 건너 간다.

특히, 노골적으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휩싸일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 세력의 탈당으로 분당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더구나 대선 막판 탈당한 비박 세력이 여권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여권발 정계 개편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 대표는 이런 사태를 막고 새누리당이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되지 않기 위한 강력한 혁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둘째, 당내 화합에 앞장서야 한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엔 친박이나 비박,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섬기는 리더십으로 새누리당을 바꿔 내년 대선에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계파는 선언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이 죽어야 산다”면서 “계파 나눠먹기 인사는 없다”고 공언했다. 당직에 원외인사 다수 참여를 약속했다.

하지만 친박 독식의 시대에 당내 화합을 위한 유일한 길은 비박 세력과 협치하는 것 말고는 없다. 무엇보다 핵심 당직 인사의 40% 정도를 비박에게 배려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당의 경쟁력 강화이다. 현재 새누리당 지지도는 30%대 초반에 머물러있다. 호남 출신이 새누리당 대표가 되었기 때문에 호남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도가 급상승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이 대표는 당 변화의 일환으로 “현장에 의원과 원외 인사를 투입해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고 했다. 대통령의 대변인과 비서를 지낸 사람이 그 대통령 임기 중에 집권여당 총재나 대표로 선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표가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 행태를 보인다면 정책도 외연 확대도 물 건너 간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해야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대표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비로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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