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을 끝내기를 명한다”  

VS

“우리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일본패망하루전 포스터 ⓒ홀리가든
일본패망하루전 포스터 ⓒ홀리가든

영화 ‘일본패망하루전’(감독 하라다 마사토)은 태평양 전쟁 중 1945년 4월을 시작으로 8월 15일 일왕의 항복 선언까지 과정을 다룬다. 일본은 각종 공습과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전쟁에서 이미 항복했고 일본은 불리한 상황에 부닥쳐있다. 일왕을 비롯한 일본 내각은 전쟁을 계속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종전 혹은 결전

8월 14일 정오, 일왕의 항복선언이 받아들여지고 일본군 내부에서는 종전을 서두르는 무리와 항복 선언 발표를 막으려는 무리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전쟁의 끝을 선언하는 일왕의 라디오 발표까지 남은 시간은 단 24시간. 목숨을 건 마지막 결전이 벌어진다. 영화 속 항복과 저항에 대한 입장은 일왕 쇼와, 아나미 육군대장, 그리고 하타나카 소좌를 중심으로 달라진다.

 

일왕 쇼와, 아나미 육군대장, 하타나카 소좌 ⓒ홀리가든
일왕 쇼와, 아나미 육군대장, 하타나카 소좌 ⓒ홀리가든

영화 속 일왕 쇼와(모토키 마사히로)는 계속되는 공습, 두 번의 원자폭탄 투하, 그로 인한 국민의 희생으로 전쟁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대신들에게 전쟁을 종결할 것을 명하고 포츠담 선언에 수락하려고 한다. 일왕은 시종일관 전쟁에 항복해서 생길 굴욕보다 전쟁으로 생길 국민의 피해를 걱정한다. 그는 자신의 뜻을 대신들에게 강요하기보다 설득을 통해 스스로 뜻을 바꾸게 한다.

아나미(야쿠쇼 코지)가 육군대장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육군성의 군인들은 모두 반가워한다. 그들에게 아나미는 능력있고 믿음직한 지도자이다. 전쟁을 지속하길 바라는 군인들의 야심에 부응해 그는 “어떤 노력도 신의 선보다 멀다”라는 전쟁의 신념을 갖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격변하는 정세에 그 또한 추구하던 신념을 포기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그는 육군성 군인들의 쿠데타를 맞닥뜨리게 된다.

하타나카(마츠자카 토리)는 아나미가 육군대장으로 부임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믿었던 아나미 대장마저 종전에 뜻을 돌리고 실망한다. 그는 종전하라는 일왕의 명령보다 국가의 명예를 더 우선시하며 결전을 주장한다. 아나미 육군대장을 비롯한 장교들도 종전으로 결정하고 자결하려는 순간에 그는 동료 군인들과 반란을 도모한다. 부릅뜬 눈과 경직된 자세로 당시 강압적인 제국주의와 군의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일본 내각 ⓒ홀리가든
일본 내각 ⓒ홀리가든

전쟁 항복의 한계

영화의 분위기는 일왕 쇼와가 나올 때 긴장감이 완화되는 반면 하타나카 소좌와 그 동료들이 나올 때는 다시 경직되고 긴박감을 조성한다. 이런 호흡의 대비는 제국주의에 지쳐 평화를 지향하는 무리와 제국주의에 물든 무리의 팽팽한 갈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평화를 지향하는 반전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반성은 국내에만 머무른다. 일왕 쇼와는 공습과 폭격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에 반응하지만, 제국주의나 주변국에 대한 죄책감은 드러내지 않는다. 종전을 반대하는 무리의 입장은 말할 것도 없다. 종전을 원하는 무리와 결전을 원하는 무리의 대립 사이에서 피해국에 대한 죄의식은 배제돼 아쉽다. 8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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