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가 미래라이프 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설립을 철회한 3일 오전 이대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서 최경희 총장이 미라대 설립 철회와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6.08.03.
이화여자대학교가 '미래라이프 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설립을 철회한 3일 오전 이대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서 최경희 총장이 미라대 설립 철회와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6.08.03. ⓒ뉴시스·여성신문

8일째 본관 점거 농성 학생들 “학생 폭력 진압한 최 총장 퇴진하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대학 본관 점거농성 중 교수·교직원 감금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농성 중인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중적 행동”이라며 최 총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교수와 교직원 5명이 약 46시간 동안 갇혀 있었던 일과 관련, 채증 자료와 일부 피해자 진술 등을 확보해 주동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최 총장은 5일 오전 서대문경찰서를 직접 찾아 탄원서를 제출했다. “본교와 감금됐던 교직원은 학내 사태와 관련해 학생 및 모든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탄원서였다.

이에 농성 중인 학생 자체 언론대응팀은 “지난달 30일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건물에서 학교 측의 선(先) 제안에 따라 최경희 총장과 대화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재학생 및 졸업생 200여명에게 경찰 병력의 폭력진압이라는 경악스러운 방법으로 대응한 것은 누구인가”라며 반발했다.

학생들은 “(최 총장) 본인이 직접 1600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할 것을 요청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사법 처리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행동은 어불성설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며 최 총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 측의 미래라이프대학 철회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학교 측이 경찰을 불러 폭력으로 시위를 진압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총장이 강력하게 책임을 지고 총장직을 사퇴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편, 최 총장은 이날 탄원서 제출 후 취재진이 사퇴 여부를 묻자 “지금은 빨리 학교를 안정화하고 화합하는 길이 우선”이라며 “이 문제는 지금 당장 다루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 약 2500명(경찰 추산)이 3일 저녁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퇴와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세아 기자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 약 2500명(경찰 추산)이 3일 저녁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퇴와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세아 기자

앞서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 본부의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이 사업과 관련해 학칙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평의원회에 참석했던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은 46시간가량 본관에 갇혀 있다가, 경찰 병력의 개입으로 빠져나왔다.

학교 측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금된 교직원들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 소방관들이 학생들의 강한 진입 방해로 구조에 실패했다”며 감금된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 폭언, 위협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수들을 감금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평화시위만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학생들은 농성 중 식사도 하지 못했지만 본관에 있던 교수 측에는 식사를 제공했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평의원은 구조대원들과 함께 병원으로 이송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또 폭언과 위협 등은 없었으며 오히려 교수 측이 학생들을 향해 고성과 조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와 교직원 등은 연이어 학교 측의 독단적인 사업 추진 태도와 폭력 진압을 비판했고, 결국 이화여대는 지난 3일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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