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은 여자농구 활성화 토대마련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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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12월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직에 올라 여자농구 활성화에 앞장 선 김원길 총재는 7구단 창단, 초등학교 팀 양성을 통한 여자농구 저변 확대, 여성지도자 육성 등 비전을 제시했다. <사진·민원기 기자>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그 열기가 최고조에 달

하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은 갈수록 높아져 경기는 점점 더 맛을 더해 가는

가운데 관중 수도 지난 리그보다 부쩍 늘었다. 14대부터 16대까지 국회의원

을 역임하고 있는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작년 12월 취임한 이래

‘장사꾼’을 자칭하면서 여자프로농구의 활성화에 앞장 선 인물이다. 리그

가 시작되면 경기장에 매번 모습을 드러내 발로 뛰는 총재로서의 위상을 굳

혀가고 있는 김총재는, 그만큼 여자농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도 각별하다.

유니폼 문제와 선수 구타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던 이번 리그의 결승을 며칠

앞둔 시점에 김총재를 만나 여자농구에 대한 그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 이번 리그 준비과정을 간단히 말해달라.

“금호생명이라는 신생팀의 창단이 제일 중요한 성과다. 또 각 구단에서

5억씩 지원받아 연맹에 기금 30억을 만들었다. 스폰서 지원도 늘리고, 특히

중국 선수들을 임대해 각 팀의 전력을 평준화했다. 내 임무 중 하나는 정치

인도 스포츠계에서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적인 쇼가 아

니라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고 생각한다.”

- 여름 리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단 전력이 평준화되어 운동경기로서 재미가 있다. 다른 스포츠에선

관중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자농구는 갈수록 더 활성화되고 있다. 지금까

지 1위를 유지해오던 삼성생명이 3위로 쳐져 자극이 됐을 것이고, 내년엔

더 멋있는 대회가 가능할 거다. 각 구단은 팀의 성적이 중요하겠지만 나로

선 여자농구 전체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여

자농구 구단은 참 협조적이다. 금호생명에 선수들 트레이드 해준 것만 봐도

그렇다.”

- 중국 용병을 들여온 것에 대해 연맹의 입장은.

“중국 선수들을 임대한 것은 각 팀의 선수 수급과 전력평준화를 위한 것

이다. 대신 남자 농구에선 용병을 2명 뛰게 하지만, 우린 1명만 뛴다. 여자

농구는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것이 아

니냐는 우려가 있고, 일정 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농구가 세

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장신 벽을 뚫어야 하는데 중국 센터들과 겨루

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 리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리그 때마다 제기되는 것이지만 심판의 자질이 문제다. 또 감독의 매너

도 프로답지 못하다. 리그 끝나면 기자들도 참여해서 워크숍을 열어 평가분

석을 통해 개선하려 한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욕심부릴 것이 아니

라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좋은 거라고 본다. 지난 리그보다 이번 리그에서

심판의 자질이 좀더 향상되었다고 본다.”

- 현대건설 진성호 감독의 선수 구타 사건에 대한 연맹의 입장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선수를 때린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구단과 감독, 선수들이 모두 프로화되지 못한 거다. 맞고 뛰는 프로 선수가

어디 있나. 다만 게임 후반에 들어와 알려진 일이었고 플레이오프로 가는

길에서 현대가 무너지면 리그 자체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어서 즉각 징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참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리그가 끝나

는 즉시 진감독을 여자농구계에서 완전히 추방할 것이고, 더불어 여자농구

계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매에 의한 선수 운영은 책임지고 없애겠다.”

- 쫄쫄이 유니폼 문제에 대한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니폼을 네티즌들이 성상품화라고 비판했다고 들었다. 그 결정은 내가

취임하기 전에 내려진 것인데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을 성적으로 상품화시킨

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선수들이 불편하다거나 민망해한다면 문

제가 심각한 일이다. 리그가 끝나면 평가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결정

하겠다. 겨울 리그까지는 충분히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유니폼을 바꾸는 것

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99년 12월 농구연맹 총재를 맡게 된 경

위는?

“연맹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정치인이 스포츠 단체에서 잡음만 일으

킨 경우가 있었고,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나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망설였다.

그러나 과거 화려했던 여자농구의 명성에 비해 IMF를 겪으면서 13개 있던

실업팀이 5개만 남는 등 너무 왜소해졌기 때문에 어떻게든 여자농구를 활성

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자농구 활성화를 위해선 신생

팀을 만들고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제일 중요한 데 내가 가장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 앞으로 여자농구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농구 저변의 확대를 위해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제 운동 선수 중

에서 여자 농구 선수들이 제일 문호가 넓다. 프로가 6구단, 대학이 5∼6개

대학이다. 선수만 더 확보될 수 있다면 내년에 7개 구단을 만들 예정이다. 8

개 구단까지도 욕심을 내고 있다. IMF 이후 일본과 대만 등으로 진출한 우

수 선수들도 다시 불러들일 생각이다. 무엇보다 올 후반기부터 초등학교에

팀을 늘리려 한다. 현재 50여 개가 있는데 지역사회와 손잡고 75개 정도로

확대, 육성할 계획이다. 또 전국적으로 선수들을 양성하는 것 뿐 아니라 아

시아권 다섯 개(한국, 북한, 일본, 중국, 대만) 팀으로 이루어진 리그를 만들

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선수들도 트레이드해서 약점

을 보완해가며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하고 싶

다.”

- 여성지도자와 행정가를 키울 생각이 있는지.

“내 역할은 여자농구가 활성화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고, 이후에 이

자리는 농구인들, 궁극적으론 여자농구인들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

스포츠의 행정가와 지도자가 모두 남자라는 건 문제가 있다. 현재 연맹에

있는 위원회에도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지도자급 선수가 있다면

육성하고 배치하겠다.”

- 여성신문 독자에게 한 말씀.

“여자농구는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고, 가장 대중적인 종목이다. 여자농

구가 프로화에 성공하고 다시 인기를 되찾게되면 이에 따라 다른 구기종목

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 여성단체들과 여성

들이 여성스포츠에 관심을 가져 달라. 여성스포츠는 세계적으로 남성스포츠

보다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여권 신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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