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8일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핵심 쟁점 4개 조항 중 재판관 9명이 만장일치 합헌 판단을 내린 것은 1개 조항에 불과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맞섰던 쟁점은 공무원 등이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제재조항’이다. 합헌 5명 대 위헌 4명으로 가까스로 합헌으로 결정됐다.

이 제재조항이 연좌제에 해당한다거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박한철 헌재 소장을 비롯해 이진성,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배우자가 금품을 받는 행위는 사실상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 본인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 만큼 기본권 침해도 최소화했다”며 합헌 판단을 했다.

반면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형벌·책임 비례원칙에 어긋나고 균형을 상실해 위헌”이라며 “신고하지 않은 행동을 금품수수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문제가 있다.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경우는 현행법상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 외에는 찾을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은 배우자가 한 사람에게 1번에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는 공직자 자신이 금품을 받았을 때와 동일한 처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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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재판관들은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품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한 김영란법 ‘위임조항’에 대해서도 5대4로 합헌·위헌 의견을 냈다. 현재 대통령령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예외의 한도다.

박한철 헌재 소장을 비롯한 이진성,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의 가액을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하다. 탄력성 있는 정부 시행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 등 위헌 재판관들은 김영란법 적용 인원이 224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를 인용하며 “사실상 모든 국민이 법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국민 대표인 입법부가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한 부분은 합헌 의견이 7명(박한철, 이진성, 강일원, 서기석,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재판관 2명(김창종, 조용호)은 위헌 의견을 냈다.

합헌 재판관들은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피해가 광범위하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업무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위헌 재판관들은 “직무 성격이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공·민간 영역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김영란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의 사회윤리규범 위반까지 형벌, 과태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라며 “교육과 언론의 자유가 사실상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침해되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가 언론인 등을 김영란법에 포함할 때 진지한 논의 없이 졸속 입법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재판관들은 다만 김영란법에 등장하는 ‘부정청탁’ ‘사회 상규’와 같은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위헌이 아니냐는 쟁점에 대해선 9명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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