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성희롱에 소외됐던 여성 게이머 존재 부각

여성 게이머 증강현실 속 게임환경 여성친화적으로 변화도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트레일러 중. ⓒpokemongo.nianticlabs.com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트레일러 중. ⓒpokemongo.nianticlabs.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변의 한 식당 앞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피카추를 잡기 위해 모여들었다. ‘포켓몬 고’ 게임의 개발업체인 ‘나이언틱’(Niantic)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이 일대는 포켓몬 출몰지역으로 유명한데 이 식당 앞은 그 중에서도 포켓몬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진 명당으로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끈 것이다.

특히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3분의 1은 여성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는 여성들끼리 단체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게임 세상 속에서 소외되거나 때로는 성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던 여성 게이머들이 포켓몬의 증강현실 속에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IT 및 경제 전문 인터넷 뉴스 ‘패스트컴퍼니’는 전 세계적인 포켓몬 고 열풍 속에서 특히 포켓몬 고가 여성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6일 출시 이후 포켓몬 고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게임 세상으로 끌어들였다. 이미 미국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포켓몬 고를 시작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SF 전문 작가인 베스 와인가너는 칼럼에서 포켓몬 고가 일으킨 게임 방식의 변화가 특히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게임 사용자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성 게이머는 게임 시장에서 소수자로 여겨졌고 여성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나 게임 속에서의 성차별과 성희롱은 여전하다. 2014년에는 게임 개발자 조이 퀸 등 게임 업계 여성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 강간 및 살해 위협 등 소위 ‘게이머게이트’ 사건이라 불리는 여성 혐오 공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게임 속에서 자신의 성별을 숨기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포켓몬 고는 스크린 뒤에서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을 현실 세상의 거리로 불러들였다. 익명성에 자신을 감춘 채 여성들을 조롱하던 남성 게이머들이 포켓몬 고의 세상에서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져다. 여성 게이머이자 사회학자인 캐서린 크로스는 “포켓몬 고의 사용자들은 다른 게이머들을 아바타가 아닌 같은 인간 동료로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켓몬 고’의 게임 화면. ⓒpokemongo.nianticlabs.com
‘포켓몬 고’의 게임 화면. ⓒpokemongo.nianticlabs.com

여성들이 증강현실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게임이 일상생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또래 사회 속에서 게임을 즐기지만 여성들이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성인이 된 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일과 육아 등으로 인해 게임을 즐기기에는 시간이 빠듯한 것이 사실. 포켓몬 고는 출퇴근길이나 산책, 운동 등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으며 게임을 통해 이웃이나 새로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와인가너는 “포켓몬 고로 인해 게임 시장 내 여성 인구가 증가한 것은 단순히 귀여운 몬스터 캐릭터가 주는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게임을 즐겼던 여성 게이머들은 포켓몬 고의 증강 현실을 경험하며 게임 환경을 여성 친화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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