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지도를 보면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가 연상된다. 구는 지도 모양에서 착안해 ‘나비플랜’을 만들었다. 도시계획에 왜 이렇게 예쁜 이름을 붙였을까.
임기 3년째를 맞아 여성신문과 만난 조은희(55) 서초구청장은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인구 44만 서초구의 변화가 서울시와 대한민국에 변화의 태풍을 몰고 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장기 도시재생계획을 나비플랜이라 이름지었다. 그 핵심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라고 말했다.
오랜 숙원 서리풀터널 이렇게 풀었다
조 구청장은 양재~한남 IC 6.4km 구간을 지하화하는 나비플랜은 국가대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하 공간을 4층의 복층 구조로 만들어 지하 1층은 지하도시 형태의 상가와 문화시설 등을 넣고, 지하 2~3층은 자동차 전용도로로 하되 한개층은 강북 지역으로 논스톱해서 빠지게 하는 등 교통 흐름을 위해 분리하고, 지하 4층은 호우에 대비해 배수저류터널을 넣자는 구상이다. 조 구청장은 “강남역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화지만 포인트는 지상이다. 싱가포르의 유명한 보타닉가든을 떠올리면 된다. 조 구청장은 “요즘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밀고 있는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로 20만평의 문화예술단지가 지상에 생기면 세계적 랜드 마크로 키울 수 있다. 강남 경제가 영등포권까지 이어지고, 일자리도 창출된다”며 “아스팔트를 걷어낸 자리에 무엇을 심을 지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양재IC 주변 지역은 R&D 기능 중심의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서울의 신산업 중심으로 만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구 살림을 꾸리는 그는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정무부시장, 한양대 겸임교수, 양성평등실현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기자부터 NGO 대표까지 여러 직업을 거치며 ‘마당발’로 불려온 그는 서울시 첫 여성 부시장으로 일할 당시 강한 추진력으로 ‘정무 120’이란 별명도 얻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바로 답해주는 서울시 민원전화 ‘120다산콜센터’를 빗댄 표현이다.
강남벨트는 ‘여당 벨트’이자 ‘여성 벨트’다. 현직 구청장 셋이 모두 여성으로 ‘희자매’로 통한다. 이중 조 구청장은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구정을 꾸려가고 있다. ‘엄마 행정’을 표방한 이유가 궁금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잘해주지만 원칙은 깐깐하게 지키잖아요. 또 화합과 조율에 능하죠. 저도 엄마잖아요?” 틈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댓글을 챙겨보고, 취임하자마자 구청장실을 반으로 쪼개 ‘열린 상상카페’를 만든 이유다. 어디 구청이나 고질 민원이 많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은희씨와 속 시원한 오후3시’를 운영한다. 특히 3시간 중 1시간은 ‘스피드업’으로 정해 신속한 해결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취임 후 37년 묵은 숙원 사업인 서리풀터널 문제를 풀었는데요.
“왜 제자리였는지 따져보니 부지 개발을 놓고 국방부, 서울시, 서초구 입장이 달라 조율이 안 됐던 거예요. 그래서 서리풀터널과 정보사 부지를 분리해서 진행하는 투트랙 작전을 펼쳤죠. 취임 후 일주일 만에 정보사령관을 만나 설득하고, 그 다음 일주일 후엔 국방부 차관을 만나 부지 개발과 터널 문제는 떼어놓고 접근하자고 밀어붙였어요. 양측의 귀가 되고 입이 되어 중간다리 역할을 했어요. 이렇게 해서 작년 10월에 서리풀터널 착공에 성공한 거죠.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풀었다는 게 뿌듯해요.”
서리풀터널은 2019년 1월 개통한다. 조 구청장은 “예술의전당에서 정보사부지, 세빛섬까지 반포대로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중심도시 서초’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정보사 부지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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