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설립된 대안학교 대구 방송통신중학교 청소년반 제1회 졸업식이 열린 지난해 12월 16일 대구 달서구 학교 강당에서 교사들이 졸업생을 위한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내 최초로 설립된 대안학교 대구 방송통신중학교 청소년반 제1회 졸업식이 열린 지난해 12월 16일 대구 달서구 학교 강당에서 교사들이 졸업생을 위한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짧은 글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오늘은 흔히 생각하는 학교의 기능에 관해 좀 낯선 이야기를 해야겠다. 사람들은 흔히 학교가 교육을 하는 장소 혹은 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의 핵심 기능이 교육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굳이 아튀세르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공교육 제도(또는 그 속의 학교)가 국가기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가 예산과 인력을 대지 않는다면 공교육 제도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다. 왜 국가는 그 엄청난 자원을 학교 제도에 투입할까?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 체제란 근대사회와 함께 형성된 것으로, 이념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결합(국민)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물적 토대(경제력)가 그 핵심이다. 학교는 의무교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국민’으로 만들며, 국가경제를 유지 발전시킬 인재(노동력)를 길러낸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그냥 교육으로 보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교육학에서 말하는 교육의 의미는 그렇지 않다. 교육은 후세대에게 인류가 축적해온 가치와 지적 유산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인간 고유의 삶의 형식과 문화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교육이 개인들의 성장과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좋게 말하자면, 현실의 학교는 이 두 가지 기능을 다 잘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기능은 결코 병립될 수 없다. 학교에서 순수한 교육적 열정으로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교사가 승진도 안 되고 관리자나 동료 교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국가의 공복인 교사는 자신의 교육적 소신보다 국가가 요구하는 대로 특정한 가치와 능력을 습득하도록 학생들을 통제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대안교육은 이러한 근대교육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다. 이러한 뜻에서 대안교육을 ‘교육의 본질 회복 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환경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여기에 지구를 살리기 위한 삶의 태도변화가 가미됐다. 물적 풍요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런 교육적 이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대안교육 실천가들은 그것이 선택사항이 아니라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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