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 페미니스트 웨이팅팅(韦婷婷)·펑유안(冯媛)

정부의 탄압·사회적 압박에도 여성운동 이어가

중국 최초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등 값진 성과 거둬

“성평등한 중국 만들 때까지 잡혀가도 감시당해도 지지않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생존자 등 한국 여성운동가들에 “감명과 동질감 느껴”

 

중국 페미니스트 펑유안(왼쪽), 웨이팅팅이 지난 13일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 NGO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가 지난 11일~15일 한국·중국·멕시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을 초빙해 연 ‘2016 공동 페미니즘학교’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변지은 기자
중국 페미니스트 펑유안(왼쪽), 웨이팅팅이 지난 13일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 NGO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가 지난 11일~15일 한국·중국·멕시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을 초빙해 연 ‘2016 공동 페미니즘학교’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변지은 기자

2015년 3월 6일과 7일, 중국 공안은 여성 5명을 긴급 체포했다. 중국 각지에서 반(反) 성폭력 캠페인을 준비하다 구금당한 이들은 중국 여성단체 ‘여성인권액션그룹’ 활동가 우롱롱, 웨이팅팅, 리팅팅, 왕만, 젱추란이었다. 혐의는 ‘공공질서 소란죄’. 유죄 판결 시 최대 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죄목이었다. 

이 사실은 일주일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구명운동이 벌어졌다.(클릭)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5명의 페미니스트는 구금 54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은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밝혔다. 투명 유리로 된 화장실·욕실을 써야 했고, 개인 성생활 등 민감한 내용을 진술할 것을 요구받았다. 2명은 구금 중 몸이 나빠져 병원으로 긴급 호송됐다.

석방 후에도 1년간 당국의 감시를 받았다. 출국은 금지됐고, 국내 이동 시 공안에 신고해야 했으며 언제든 공안의 수사에 협조해야 했다. 구금되지 않은 다른 활동가들도 공안에 불려가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심문을 당했다. “당국은 내 위챗(중국의 대표적 모바일 메신저)까지 감시했을 것”이라고 웨이팅팅은 말했다. 

“중국 언론은 침묵했어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죠. 페미니스트들을 지켜보는 중국 사회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모두가 성평등 사상에 찬성하는 건 아니죠.” 

펑유안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이중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가 우리의 과제다.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인 그는 정부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엔 중국 여성·인권 단체를 조직해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20주년 평가와 전망’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 4월 중국 여성단체 ‘여성인권액션그룹’ 활동가들이 빨간 물감이 묻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랑은 폭력의 이유가 아니다” “왜 당신 주변의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침묵하나요?”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free prescription cards sporturfintl.com coupon for cialis
지난해 4월 중국 여성단체 ‘여성인권액션그룹’ 활동가들이 빨간 물감이 묻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랑은 폭력의 이유가 아니다” “왜 당신 주변의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침묵하나요?”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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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Free Chinese Feminists' 캡처

 

지난 6월, 중국 여성들은 미국 스탠포드대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웨이보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월, 중국 여성들은 미국 스탠포드대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웨이보 시위'를 벌였다. ⓒ페이스북 페이지 'Free Chinese Feminists' 캡처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 페미니스트들은 다채로운 성평등 캠페인을 이어갔다. 피처럼 붉은 물감으로 물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진하는 가정폭력 반대 시위, 여성용 공중화장실 확충을 요구하는 ‘남자화장실을 점령하라’ 캠페인, 여성에게 남성보다 더 높은 입학 자격을 요구하는 대학에 항의하는 삭발 시위 등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웨이보(중국의 대표적 SNS 서비스) 페미니즘’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웨이보는 오늘날 중국인들이 국내외 젠더 이슈를 가장 빠르게 접하고 공유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장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합헌 결정을 지지하는 여론도, 미국 스탠포드대 성폭행 사건 피해자를 지지하는 해시태그 캠페인도, 중국 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다양한 움직임도 웨이보에서 시작돼 확산됐다. 단, “온라인에 만연한 여성혐오, 성범죄 피해자 신상 공개·모욕 등 급격한 2차 가해 확산 문제는 중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펑유안은 말했다. 

 

중국의 페미니스트 웨이팅팅 ⓒ변지은 기자
중국의 페미니스트 웨이팅팅 ⓒ변지은 기자

힘겨운 투쟁은 값진 성과들을 남겼다. 두 페미니스트는 지난 3월 발효된 중국 사상 첫 ‘가정폭력방지법’을 페미니즘 운동의 가장 큰 성취로 꼽았다. 중국에서 가정폭력은 일상의 문제다. 기혼 여성 4명 중 1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하지만, 경찰 신고 건수는 매년 4~5만 건에 불과하다.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 내 모든 물리적·심리적 폭력을 금한다. 위반 시 법적 제재도 가하도록 했다. 부부뿐 아니라 동거 커플도 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수 세기 동안 여성들이 당한 폭력에 맞서고자 여성들이 직접 만든 법입니다. 가정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이 문제에 대해 말하는 일을 ‘가문의 수치’로 여기는 중국 사회에서 이 법은 그야말로 혁명적 변화죠.” 

또 지난해부터 14세 미만 여성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무조건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법이 제정됐다. ‘합의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가 아닌 ‘성매매 여성 후원’ 혐의가 적용돼 논란이 일었다. “‘아동성폭력 범죄자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 처벌을 피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며 이룬 성과”라고 웨이팅팅은 말했다. 

중국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 여성 처우 개선에도 힘써왔다. 중국 내 성매매 종사자는 4~6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대다수가 여성이다. 단속반에 붙잡히면 약 6개월~2년까지 ‘재교육과 성병 검사’ 목적으로 감금된다.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 등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13년 보고서에서 “많은 중국 성매매 여성들이 체포·감금 과정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집행유예를 대가로 뇌물을 요구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페미니스트들과 성노동자들이 힘쓴 결과, 이러한 반인권적 감금 조처는 최근 몇 년간 중단됐다”고 펑유안은 설명했다.

어렵게 이룬 변화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가정폭력방지법은 집행 체계가 미비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많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경찰에 연락해 ‘법적 절차를 밟고 싶으니 안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관들이 준비가 안 됐다는 거죠.” 성소수자와 ‘부부 강간’ 피해자들은 이 법의 보호 밖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웨이팅팅은 “이런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까지 바꾸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중국의 페미니스트 펑유안 ⓒ변지은 기자
중국의 페미니스트 펑유안 ⓒ변지은 기자

두 페미니스트는 “지금은 활동에 제약이 많지만 중국의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의 의식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데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팅팅은 새로운 젠더·섹슈얼리티 관련 NGO를 조직하고 반성폭력 운동에 힘쓸 계획이다. 광저우에 페미니스트 학교를 세워 젠더 교육을 실시할 계획도 밝혔다. 펑유안은 “보안상의 문제”로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들은 한국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들, 묵묵히 싸움을 이어가는 밀양 할머니들, 삼성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 운동가들을 보면서 “큰 감명과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 활동가들, 특히 여성들의 의지와 힘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 이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웨이팅팅에 이어 펑유안이 말했다. “우리는 세계와 지역 간 상호 소통이 활발한 ‘글로컬’(glocal)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같은 압제, 같은 운명을 겪고 있는 동시대의 여성들이 국경을 넘어 더욱더 연대하고 함께 폭력에 맞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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