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중구청에서 열린 ‘아빠의 식탁’ 행사에서 구청직원들이 음식조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일 오후 서울 중구청에서 열린 ‘아빠의 식탁’ 행사에서 구청직원들이 음식조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신심리학자 시그먼 프로이드는 ‘Penis Envy’(남근 질시)라 해서 여성들이 남성이 지닌 우월성을 부러워하는 나머지 겪는 정신적 고통을 설명했다. 여성들은 이러한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하지만 최근에 연극 한 편을 보며 이런 이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소극장에서 상연 중인 재미작가 이혜리의 일인극 ‘Macho Like Me’가 바로 이 연극이다. 그녀와 오래전 전화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이 남장하면서 살고 이러한 과정을 책으로 써보겠다고 했다. 연극은 이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운동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슴을 붕대로 감고 남자 속옷에 양말까지 넣어서 입고 로스엔젤레스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가 남자로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남자들의 몸짓, 말투, 시선까지 바꾸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나름 자유를 느끼고 남자됨의 편안함을 경험하게 된다. “와우, 남자들은 옷이 바지, 셔츠, 잠바이면 더 이상 필요 없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남자들이 누린다는 자유가 자신에게는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새로 사귄 남성 친구들은 운동하고 맥주 마시고 TV에서 운동 경기를 보고서는 바로 돌아서서 간다. 누구도 서로의 이야기를 하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들 중 이러한 남성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동성연애자들 사이에서 지내는 것이 더 편하다는 자신에 대해 놀라움을 느낀다. 그러다 은퇴한 남자 건축가의 보조로 취직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 남자들이 느끼는 고독, 소외감과 허무함을 같이 느끼게 되면서 남자란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년을 남자로 지낸다는 그녀의 실험 기간은 6개월로 막을 내린다. 그녀가 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기간 동안 얻은 교훈은 자신이 생각했던 남자에 대한 생각들이 많은 부분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자들은 특권을 누리는 사회의 지배자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특권자, 지배자들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남자들도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제에 갇혀 있으며 그들도 이러한 규제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며 이를 위해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숨기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연극은 오히려 당당한 여성으로 돌아온 자신에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끼면서 끝난다.

한국사회는 남녀 불평등이 심하고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는 이러한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녀의 엉뚱한 경험에 대해 웃고 즐겁게 봤지만 남성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 규범의 피해자라는 결론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갈 길은 먼데 지금부터 남자들이 피해자라는 전제는 위험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시기상조적인 생각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문제를 바라본다는 그 자체는 긍정적인 노력인 것만은 틀림없다. 양성평등을 진정 양성의 측면으로 보고 남녀가 각자 받고 있는 사회로부터의 상처, 규제를 풀어가 보고자 하는 노력도 괜찮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남성들에 대한 편견, 육아대디나 육아 휴가를 가는 남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해결해 보고자 하는 여성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여성, 남성이 다 행복한 사회를 이루려면 이러한 열린 마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는 여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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