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티셔츠 입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이 성우 교체 요구하자

하루 만에 성우 교체 결정한 넥슨

해당 성우 사과문 올렸지만

22·25일 넥슨 앞에서 항의시위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소송을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메갈리아가 제작한 티셔츠. 중앙에는 ‘소녀들에겐 왕자가 필요치 않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담겨있다.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소송을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메갈리아가 제작한 티셔츠. 중앙에는 ‘소녀들에겐 왕자가 필요치 않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담겨있다.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페미니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게임 회사 넥슨 측으로부터 부당해고 됐다는 논란이 일었던 성우 김자연씨가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제 섣부른 판단과 행동으로 많은 분들게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성우가 넥슨 측에 사과했으나 넥슨에 대한 보이콧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성들은 “누구나 페미니즘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넥슨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후 블로그에 “한 장의 사진이 이런 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소송 프로젝트 후원으로 받은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 행위들은 평소의 반-성차별에 대한 신념에 기반해 이뤄졌다”며 “혐오에 혐오‘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앙갚음이 불러오는 결과에 회의적인 편이지만, 최대한 ‘미러링’을 배제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만 자꾸 신고당하고 삭제당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께서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느냐’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명백히 제 잘못이고, 제 섣부른 판단과 행동으로 많은 분들, 특히 제작사인 나딕게임즈와 퍼블리셔인 넥슨에 큰 상처를 드렸다”며 “저는 이미 지난달 녹음을 마쳤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니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저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비난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 장례식에 ‘여자이기 때문에 영정 사진이나 납골함을 들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서 작은 부당함에 대한 의문이 모였고 그렇기에 성평등의 한 갈래를 지지한다”면서도 “저의 공부는 많이 부족하고 그런 부족함이 이런 일을 예상치 못하게 커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저의 탓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클로저스’ 신규 캐릭터 ‘티나’의 목소리를 맡은 김씨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페미니즘 지지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 티셔츠가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여혐혐)’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판매한 것으로 메갈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두 차례 삭제 처분을 받은 것에 반발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용도였다. 메갈리아 티셔츠에는 ‘소녀들에겐 왕자가 필요치 않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담겨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게임 게시판에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성우를 교체하라는 의견을 올렸고 넥슨 측은 논란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게임 캐릭터의 성우를 교체 했다. 지난해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메이플스토리2’ 성우 교체에는 6일이 소요됐다.

이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넥슨에 대한 비판과 보이콧(불매운동)이 확산됐다. 트위터에서는 ‘#넥슨_보이콧’ ‘#김자연성우를_지지합니다’ 등의 해시태그로 김씨를 지지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넥슨의 기존 회원들은 넥슨 계정 탈퇴를 인증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단지 페미니즘 관련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성평등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여성 성우를 교체한 것은 성차별이며 여성혐오 행태”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씨가 사과문을 올렸지만 보이콧 확산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오는 22일과 25일에는 넥슨 사옥 근처 광장에서 부당한 성우 교체에 반대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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