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 사회가 평등한 사회다
모계 사회가 평등한 사회다
  • 최형미 객원기자
  • 승인 2016.07.20 12:49
  • 수정 2016-07-28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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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반더미어 네덜란드 판소피아 연구소 교수

한국 여신연구가들과 만나

“여신 연구는 모계 사회에 관한 연구…

모계사회는  돌보고 치유해주는 사회”

 

 

애니 반더미어 네덜란드 판소피아 연구소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애니 반더미어 네덜란드 판소피아 연구소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애니 반더미어 네델란드 판소피아 연구소 교수<사진>가 한국의 여신 연구가들과 최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에서 만났다. 애니 반더미어교수는 여신 연구의 전문가로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신에 대한 연구가 각각 시대의 인간들의 삶, 가치, 세계관을 반영해 온 것처럼 여신 연구는 모계 사회에 관한 연구다.

역사가 기록된 이후 대부분의 인간의 세계는 가부장제 사회였다. 남성이 정치적인 권력을 가졌고 종교 지도자였으며, 예술가였고 도예가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신 연구는 마치 남성들이 지배했던 것처럼 여성들이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처럼 오해받고 있다. 반더미어 교수는 “모계 사회는 누군가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다. 평등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어머니는 자식보다 힘이 세고 지혜도 뛰어나지만 지배하지 않는다. 자식을 존중하고 돌보고 치유해주고 사랑한다. 모계 사회는 그래서 가부장제 사회와 다르다.

 

반더미어 교수는 선사시대의 유물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조각상들이 여성이었다는데 주목했다. 그의 책 '원시 시대 어머니의 언어(The Language of Ma, the primal mother)' 를 통해서 선사시대 조각상들이 대부분 여성이었으며,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되었고 때론 다리를 벌려 아이를 낳는 포즈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남성연구가들은 여성 조각상이 뚱뚱하거나, 임신을 했거나, 섹스의 도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신시대는 아이를 낳는 여성을 숭배했고, 여성들의 불러오는 배를 신비하게 여겼으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그 순간순간들이 숭배의 대상이며 존경의 대상이었다.”

 

반더미어 교수는 “가부장제 사회로 진행될수록 여성들의 몸은 더 이상 숭배되지 않고, 말라갔으며 부끄럽고 숨겨야 할 어떤 것이 되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들을 공적인 공간에서 배제시켰다. 심지어 무대 공연에서도 남성들이 여성역할을 하며 여성들을 배제했던 사례는 서구사회, 일본 중국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신을 숭배하는 모계 사회는 여성이 남성에게 폭력을 쓰고, 남성을 성적으로 도구화하며, 남성에게 노동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저임금 착취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어머니가 그러하듯 모계 사회는 약한 자식에게 더욱 마음을 쓰며, 힘에 의한 위계나 차별 없이 안전하게 지켜지는 사회다. 반더미어 교수는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두뇌가 아니고 가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많이 몸을 사용해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관뿐만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반더미어 교수는 특히 “좌뇌와 우뇌가 몸과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대의 여신 조각상들의 모습을 따라하는 명상을 통해서 이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부장제 사회가 오랫동안 무시해온 여성의 배를 부풀리는 호흡을 했고, 다리를 벌려 땅과 넓은 교감을 유도했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우주와 소통하는 몸의 동작을 보여주었다. 아이에게 젖을 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상을 돌보는 모습을 재현했다. 웅크려 슬프게 흐느끼는 모습으로 세상과 함께 슬퍼하는 여신들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죽음의 모습에서 깨어나 세상을 향해 손을 들어 축복을 기원했다. 그는 주장하였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몸의 언어를 읽고,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며 함께 돌보는 여신의 시대가 올 것이다.”

 

김신명숙 여신연구자는 “여신운동의 선생이며 동지인 반더미어 교수를 만나서 공감이 폭발하는 시간이었다. 그와 함께 경주와 인왕산 방문을 했을 때, 여신 신앙 현장에서 배우고 얘기한 것은 평생 기억될 경험이었다. 반더미어 교수는 경주할매 부처, 인왕산 선바위나 용궁에서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한국은 아직도 여신 신앙이 살아있는 흔치 않은 곳이라고 감탄을 했다”고 말했다.

 

김반아 생명 모성연구소 소장은 “반더미어 교수가 개인적으로 힐링작업을 하고 계시다는 점이 기뻤다. 여신연구는 이제 여신활동으로 전환해야 하며, 품고 살리는 힐링을 하는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명주 충북대 교수는 여신문화에 대한 연구가 또다시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본질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반더미어 교수는 여신 연구는 새롭게 남성 억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어둠과 빛이 함께 있듯이,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듯이 우리에겐 음과 양이 함께 존재한다. 오히려 여신문화 전통에서 여성과 남성의 상징이 함께 새겨져 있는 조각품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정현경 유니온 신학교 교수는 “3년전 나는 독일에서 테라피스트 자격을 얻었다. 미국 신학생의 40퍼센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미국은 정신과 병원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오늘 반더미어 교수의 여신 강연은 테라피스트 교육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과 유사했다. 한국은 높은 자살률, 이혼율, 그리고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을 나타낸다.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경험과 훈련을 할 때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상의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며 고통이 치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연구는 이처럼 강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지혜를 회복해 세상의 상처를 치료하기도 한다.

 

반더미어 교수와 여신모임을 준비했던 김정희 가배울 대표는 “여신의 시대가 유토피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때도 배고픔과 어려움은 있었을 거다. 그러나 이들은 재앙과 어려움 속에서 짓누르고 강탈하는 방식으로 살아남기 보다는 초연히 대처하며 함께 살아갔을 것이다. ‘살림’ 이란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아마도 이런 정신세계를 가진 여성선조였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신시대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애니 반더미어 교수가 한국의 여신연구가들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윗줄 왼쪽부터) 김신명숙 여신연구가, 김반아 소장, 김명주 교수, 김정희 대표, (아래 왼쪽부터)정현경 교수, 반더미어 교수,최형미 객원기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애니 반더미어 교수가 한국의 여신연구가들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윗줄 왼쪽부터) 김신명숙 여신연구가, 김반아 소장, 김명주 교수, 김정희 대표, (아래 왼쪽부터)정현경 교수, 반더미어 교수,최형미 객원기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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