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디캠프에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김선혜 마인드퀘이크 대표, 고은빈 더팀스 공동창업자, 류민희 베이비프렌즈 대표 등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여성가족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디캠프에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김선혜 마인드퀘이크 대표, 고은빈 더팀스 공동창업자, 류민희 베이비프렌즈 대표 등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여성가족부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스타트업 기업은 사실상 설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타트업 여성 기업인들은 지난 14일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스타트업(Start Up)이란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여성 창업을 활성화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성 스타트업 기업인과의 현장 간담회’를 디캠프에서 개최했다. 디캠프는 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은행이 공동 출자해 청년 창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설립한 창업지원센터로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해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8개 업체 대표 및 관계자들은 대부분 창업한지 1년 미만으로 디캠프와 롯데 엑셀러레이터로부터 창업에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효진 8퍼센트(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모바일 대출 및 투자서비스) △박효연 헬프미(인공지능 기반 변호사와 의뢰인 연결 및 법률 서류작성 서비스) △김성미 쇼베 크리에이티브(영화 스토리 인터랙션 게임 개발) △류민희 베이비프렌즈(거주지 기반 공동육아 SNS서비스) △고은빈 더팀스(중소기업과 구직자 연결 서비스) △김선혜 마인드 퀘이크(프로 사진가-고객 중개 플랫폼) △최경희 튜터링(웹 기반 외국인 교사와 학생 1:1 외국어 과외 매칭) △서숙연 해빛(유아,자녀 교육·놀이 콘텐츠 제공) 등이다.

이들은 어린 자녀를 둔 엄마나 결혼을 앞둔 미혼 여성인 동시에 기업인으로서 일·가정양립의 걸림돌을 건의하고 개선점을 제안했다. 특히 이들은 업체 대표로서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

류민희(남) 베이비프렌즈 대표는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강 장관에게 요청했다. 그는 “회사에서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다”며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하고 그 이후 재택근무하는 방식을 해봤는데 특히 영아기 엄마들은 그 시간조차 제대로 근무하기가 어려워 더 빨리 퇴근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또 류 대표는 “재택근무를 하면 팀원들과 일을 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스타트업의 경우 경력단절여성 취업률이 높은 편이어서 어린이집이 더 필요한데 (영세한) 스타트업의 경우 까다로운 어린이집 운영 규정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역시 사내 어린이집 규제 문제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직원이 30명이고 그중 자녀가 있는 직원이 10명”이라며 “사내 어린이집 만드는 게 꿈이고, 직원들도 어린이집을 만들어달라고 계속 건의하는데 현실적으로 공간 등 설치 조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규제 완화를)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내 직장 안에 같이 있고 괜찮은 선생님이 있다면 다른 조건은 서로 동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요건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의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혜 마인드 퀘이크 대표는 여성의 사회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의 전문성을 관리하는 제도를 여성가족부가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5살 자녀가 있는데, 아이를 2년 넘게 돌봐준 보모가 일을 그만두면서 새로운 분을 찾고 있는데 몇 달 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모님들이 연차가 쌓여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없어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모의 직업적 전문성을 높이면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부모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희 장관은 “여성이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육아임을 알고 있다”며 “일하는 여성들이 25%가 결혼 안하겠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육아, 가사를 꼽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는 (돌봄 종사자를 소개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돌봄 종사자들에게는 교육을 제공하고 경력 관리를 하고 있고 부모의 평가도 볼 수 있게 구축해놨으나 수요가 많아 대기인원이 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이 지난 14일 스타트업 여성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가정 양립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이효진 (8퍼센트) △박효연 (헬프미) △김성미 (쇼베 크리에이티브) △류민희 (베이비프렌즈) △고은빈 (더팀스) △김선혜 (마인드 퀘이크) △최경희 (튜터링) △서숙연 (해빛)  등 업체 대표 및 임원(무순)이 참석했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이 지난 14일 스타트업 여성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가정 양립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이효진 (8퍼센트) △박효연 (헬프미) △김성미 (쇼베 크리에이티브) △류민희 (베이비프렌즈) △고은빈 (더팀스) △김선혜 (마인드 퀘이크) △최경희 (튜터링) △서숙연 (해빛) 등 업체 대표 및 임원(무순)이 참석했다. ⓒ여성가족부

이밖에도 직장에서 남성의 가정친화적 문화를 조성하는데 앞장서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최경희 튜터링 대표는 “여가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남성들의 가정친화적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문화를 측정하는 지수가 있다면 남성의 육아휴직도 측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1주일 휴가가 아니라 여성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강하게 어필해야 하고 캠페인을 건의해달라”면서 “여성들이 업무를 잘 하려면 남성들이 협조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같은 요청에 “출산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육아 평등이라 생각한다”며 “지난해 육아 휴직 통계를 보면 출생아 수는 45만명인데 육아휴직 신청은 14만건으로 육아휴직 요청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한계가 커 대체인력 활용이나 공동육아 형태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강 장관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도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개인이나 기업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만나 얘기하고 있다”며 여성가족부도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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