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

여성이라 겪은 부당함·페미니즘 콘텐츠에의 갈증으로 뭉쳐

외신 번역·연구 등 페미니즘·젠더 이슈 폭넓게 소개

지속가능한 온라인 매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여성주의정보생산자 협동조합 ‘페미디아’ 구성원들. ⓒ변지은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여성주의정보생산자 협동조합 ‘페미디아’ 구성원들. ⓒ변지은 기자

 

페미디아는 페미니즘 관련 국내외 연구와 외신 보도를 번역해 소개해왔다. 신생 플랫폼이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페미디아는 페미니즘 관련 국내외 연구와 외신 보도를 번역해 소개해왔다. 신생 플랫폼이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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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디아 홈페이지 캡처

“여성에 관한 외신 보도를 번역하고, 여성주의 연구를 소개하는 웹서비스를 만드는 데 관심 있는 분?” 지난 4월, 대학원생인 진달래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엔 순식간에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여성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대기업 직원, 대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뜻을 모았다. 

페미니즘 콘텐츠 플랫폼 ‘페미디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5월 9일 창립한 이래로 국내외 거주 페미니스트 150여 명이 참여해 외신 번역, 기고, 출판 등을 진행 중이다. 규모는 작지만 다채롭고 시의적절한 콘텐츠를 선보여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미국을 뒤흔든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법정에서 낭독한 편지글 전문을 국내 최초로 입수, 번역해 소개한 게 대표적이다. ‘잘 먹는 소녀들’ ‘프로듀스 101’ 등 예능 프로 속 여성 대상화를 비판하는 칼럼도 호응을 얻었다. 창립 두 달 만에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 7000개를 돌파했고, 여러 주요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비결은 ‘타이밍’이다. 지난해부터 ‘메갈리아’ 등 반 여성혐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젠더 차별·폭력·혐오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성혐오 발언을 성별만 바꿔 되돌려주는 ‘미러링’ 전략과 거침없는 발화가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혐오에 혐오로 맞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국내에 유통되는 페미니즘 관련 콘텐츠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이들도 많았다. 여성혐오·성차별적 관점을 유지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정제된 페미니즘 언어, 페미니즘 관점에서 쓴 글에 목말라하던 여성들이 직접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을 조직한 것이다. 

“여성·젠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우리에겐 이런 언어가 필요해’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페미디아 연구팀의 유화정 씨는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에게 도움을 주고, 연구자로서도 좀 더 편안한 언어로 페미니즘 운동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메갈리아’가 등장하면서 여성이 겪는 차별과 혐오,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비로소 터져 나왔죠. 하지만 다양한 논의로 확장되기보다는 ‘이게 여성혐오냐 아니냐’ 논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페미디아를 통해 더 폭넓은 페미니즘·젠더 이슈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어요.” 진달래 씨가 말했다. 

 

페미디아가 최근 펴낸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텀블벅 캡처
페미디아가 최근 펴낸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텀블벅 캡처

페미디아는 최근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도 펴냈다. “남성들을 친절하게 설득해 보라고 요구받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실전 대화 매뉴얼’”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텀블벅’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4300만원이 모였다. 텀블벅 출판 부문 1위를 기록해 ‘성공사례’ 강연 요청도 받았다. 텀블벅과 일부 독립 서점을 통해서만 판매한 초판 5000부는 5일 만에 매진됐다. 곧 나올 2쇄는 디자인을 일부 수정하고 대형 서점에서도 정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자체 제작 게임·영상 콘텐츠도 곧 선보인다. 슈팅 게임 ‘졸업 축하해’는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맞닥뜨리는 성차별·여성혐오 발언을 깨부수며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내용이다. 펀딩, 광고, 페미니즘 굿즈 제작 판매 등도 이어갈 계획이다.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만들기 위해서 모인 만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크다. 진달래 씨는 “아직은 ‘능력자’들의 무급 재능기부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와 편집 역량을 갖춘 전문 온라인 매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페미니스트들이 온라인 공간을 활동 거점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한편 ‘온라인 페미니즘’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페미디아 구성원들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여러 여성단체와 활동가들이 수십 년 간 일궈온 토양이 있어 가능한 일이지만, 최근 메갈리아, 페미디아 등은 단시간에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죠. 이런 흐름은 꽤 오래 이어지리고 봐요.” 유화정 씨가 말했다. 

“적어도 트위터보다 현실의 말이 더 세다는 생각은 이제 낡은 편견이 됐죠.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페미니즘을 접하고 페미니스트가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출판팀의 정혜윤 씨는 “메갈리아 이후로 조용하던 친구들이 변했다. 요즘은 온라인 기사에 댓글을 달고, 카톡방에서, 수업에서 문제 제기를 하며 싸운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라고 했다.

“어쨌든 지금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페미디아가 오래가지 못한다 해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죠. 우리가 아니어도 또 다른 사람들이 나설 거예요. 젠더 폭력이 가장 만연한 곳이 온라인 공간이잖아요. 폭력이 일어나는 곳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법이죠.” 진달래 씨의 말처럼 “원해서 함께 선 사람들”의 운동은 시작됐고, 세상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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