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활동가 소진 예방

정체성과 비전 환기 등

시민사회운동 지속성 중요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로 출범한 한국여성재단은 ‘딸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17년을 걸어왔다. 제3 섹터 공익재단으로써 투명한 모금과 배분으로 현장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재단은 여성 NGO 장학사업, 공간문화 개선, 양육미혼모·모자가정 지원, 여성운동 네트워크, 다문화 여성 창업 지원, 다문화 아동 외가방문 지원, 안심 마을 만들기 등을 비롯해 성평등 의식의 정착과 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성활동가의 소진을 예방하고 활동가로서의 정체성과 비전을 환기하는 ‘짧은 여행, 긴 호흡’ 프로그램도 재단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이숙진 상임이사를 만나 여성·시민사회운동의 지속가능성과 활동가 지원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숙진 한국여성재단 상임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숙진 한국여성재단 상임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활동가 비전여행이 13년째 이어졌다.

“계속된 비결은 일단 활동가들의 피드백이 너무 좋았다. 참여자의 피드백이 좋다는 것은 이 일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왜 이분들이 이렇게 피드백이 좋을까. 그만큼 여성활동가들의 현장이 고달팠다는 얘기다.”

-이번 베트남 여행도 반응이 좋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분들이 모든 걸 잊고 잠깐 쉬고 싶다는 열망과 희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진행했다. 사전 워크숍 때 만난 활동가분들은 머리와 마음을 다 비우고 힐링하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했다.”

-활동가 지원이 중요한 이유는.

“공적인 영역(정부)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한국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여성단체의 역할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현장에서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다. 후원 기업과 해당 단체, 여성재단은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여성운동과 여성 활동이 조금이라도 지속 가능하도록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이익활동이 아닌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보상 체계가 너무나 미흡하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일정한 활동 지원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이런 활동가들에 일정한 활동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사회가 된다면 여성운동 영역뿐 아니라 전체 시민사회 운동의 역할이 조금 더 안정된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취임 후 2개월여가 지났다.

“배분위원으로 참여했고, 다문화 소위 활동도 한 덕분에 한국여성재단은 익숙한 곳이다. 이제는 재단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또 여성운동과 어떤 관계 맺음을 해야 할지, 여성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지 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책무를 갖게 됐다.”

-성평등과 돌봄이 주요 목표인가.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고, 누구나 돌봄을 줘야 하는 ‘돌봄의 상호의존성’을 사회의 중요한 아젠다로 던져야 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빈부 격차가 커지는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철학과 가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돌봄의 가치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재단은 그것을 녹여내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은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낯설다. 대중이 참여할 방법은.

“재단을 좀 더 알리고 홍보했어야 하는데 많이 다가서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재단은 민간공익법인이다. 개인들의 기부로 사업을 할 수 있다. ‘100인 기부 릴레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10년의 역사를 가진 100인 기부는 기부의 즐거움과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가족과 친구, 동료와 함께하는 대중모금캠페인이다. 사회가 어렵고 힘들수록 작은 정성을 모아가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된다.”

-새롭게 계획하는 사업이 있다면.

“9월 22일과 23일 제3차 여성회의를 개최한다. 1차는 2011년, 2차 회의는 2014년에 열렸다. ‘새로운 여성운동’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그 정체가 뭘까 살펴보려 한다. 요즘 20~30대 여성은 조직화되지 않은 채 개인의 각성과 의식화를 통해서 여성의 문제를 본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의견을 낸다. 이런 움직임이 여성운동의 불씨를 다시금 살려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여성운동을 재단이 지원하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선배 세대와 연결고리를 찾아가면서 서로 의지가 되는 흐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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