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이어진

여성활동가 비전여행

6박 7일 베트남 탐방

여행 통해 고충 나눠

“10년 여성운동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나를 만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다시 채우고 충전시켜서 나를 잃지 않는 힘을 얻고 싶다.”(공미해 경남여성회 사무국장)

“개인적 경험이 쌓여 지금은 비영리단체 활동에 내성이 생기기도 했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기 위해서는 호흡조절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정예진 (사)시민 팀장)

“기획, 회계, 홍보 등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일을 해도 전혀 새롭지가 않다. 일회성 사업처리도 생겨났다. 비전여행을 통해 나에게 여유와 휴식을 주고 싶다.”(양희선 전여농제주도연합 사무국장)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인 여성활동가 23명이 각자 작은 바람을 안고 7월 4일부터 6박 7일간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들은 한국여성재단이 주최하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이 후원한 여성활동가 비전여행 ‘짧은 여행, 긴 호흡’ 참가자들이다.

 

 

다같이 사진을 찍고 있는 ‘짧은 여행, 긴 호흡’ 참가자들. 이번 베트남 여행에는 23명의 여성활동가들이 함께했다.
다같이 사진을 찍고 있는 ‘짧은 여행, 긴 호흡’ 참가자들. 이번 베트남 여행에는 23명의 여성활동가들이 함께했다.

 

2004년부터 교보생명 지원이 지속돼 올해로 13년 차가 된 ‘짧은 여행, 긴 호흡’은 3~5인 이하의 소규모 여성·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전국적인 활동가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쉼을 통해 처음 시민사회단체 운동을 시작했을 때의 열정과 비전을 다시 새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올해는 베트남 하노이와 하롱베이, 닌빈, 사파 등을 투어하며 베트남의 역사를 이해하고, 다양한 소수민족을 만나 교류했다.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과 현지 공정여행사인 풋 프린트가 구성한 현지 투어는 환경보호와 마을주민에게 도움을 주는 공정여행으로 진행됐다.

힘든 일상에서 벗어난 활동가들은 여성박물관과 호안끼엠호수 등 구시가지 관광, 수상인형극 관람 등으로 베트남 여행을 시작했다. 2000년 역사를 가진 하노이의 골목골목은 프랑스 식민 풍의 가옥들과 수많은 오토바이, 없는 것 없는 시장, 활기찬 사람들로 에너지가 가득하다. 크고 작은 호수가 곳곳에 있는 호반의 도시이기도 하다.

 

 

땀꼭을 들러보는 쪽배 투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일행들. 배를 타자마자 많은 비가 쏟아졌다.cialis manufacturer coupon open cialis online coupon
땀꼭을 들러보는 쪽배 투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일행들. 배를 타자마자 많은 비가 쏟아졌다.

 

참가자 대부분이 손꼽은 최고의 방문지는 땀꼭의 쪽배 투어와 사파 트래킹이다.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95km 떨어져 있는 닌빈에는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땀꼭이 있다. 사공이 발로 노를 젓는 쪽배에 몸을 싣고 석회암 바위산을 지나다 보면 거대하고 깜깜한 동굴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온종일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일정은 취소되지 않았다. 우산과 우비로 무장한 참가자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 자연을 느꼈다.

주찬희(49) 통영YWCA성폭력상담소 팀장은 “비를 맞으며 배를 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비에 다 젖었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도 ‘준비 다 했는데 설마…’하며 안일하게 대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명옥(50)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은 “순천만 생각이 났다. 많이 개발되면서 예전만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 땀꼭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인상 깊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여행 셋째 날 야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침대칸에서 하룻밤을 보낸 일행은 이튿날 북서부 라오까이주에 있는 소수민족의 도시 사파에 도착했다. 해발 1650m 산악지대에 있는 사파에는 블랙흐몽족, 자오족 등 다양한 산악 부족들이 살고 있다. 한국의 대관령을 떠오르게 하는 수많은 고개의 굽이를 넘으면 안개 속에 묻힌 산속의 도시가 펼쳐진다.

 

 

소수민족들의 노고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계단식 경작지와 대나무 숲을 걸어 자오족이 살고 있는 따핀마을 트레킹에 나섰다.
소수민족들의 노고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계단식 경작지와 대나무 숲을 걸어 자오족이 살고 있는 따핀마을 트레킹에 나섰다.

 

사파는 산속 계곡에 자리 잡고 있어 베트남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다. 시내는 소수민족 전통 의류와 공예품을 파는 사파시장과 함롱산 공원 등을 찾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남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블랙흐몽족이 사는 깟깟마을이 있고, 북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는 자오족이 사는 따핀마을이 있다. 활동가들은 자오족 가정에서 보내는 홈스테이를 위해 따핀 마을을 찾았다.

여행객 대부분은 오토바이로 방문하거나 중간지점까지 버스를 이용하지만, 활동가들은 5시간 트레킹에 도전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기에 담으며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긴 걸음을 마쳤다. 머리에 두른 빨간 터번과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자오족 가족은 수줍은 미소로 일행을 반겼다.

이날 저녁 식사를 마친 일행은 여행에 나선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나명숙(46) (사)희망웅상 상담실장의 제안으로 둥글게 둘러앉은 교류의 자리는 별빛이 쏟아지는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노동, 인권, 이주여성, 청소년, 폭력, 환경, 한부모, 시민사회, 어린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북부 소수민족인 자오족 가정에서 보내는 홈스테이.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북부 소수민족인 자오족 가정에서 보내는 홈스테이.

 

신상아(48)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실장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하고 있다. 많이 들어줘야 하고 재상담도 많다. 내담자하고 감정을 똑같이 이입하면 안 되는데 듣다 보면 그게 안 될 때가 있다. 또 해결해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신씨는 “거의 한계치가 왔다고 생각할 즈음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며 “내가 왜 여행을 떠났는지에 대해 잊지 않고, 돌아가서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김순난(48) 대전열린가정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쉬고 싶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나만 힘든줄 알았는데, 힘든 것을 나누다 보니 우리가 이렇게 같이 일하고 있었구나 하는 든든함이 생겼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 활동가들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도전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동, 인권, 이주여성,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노동, 인권, 이주여성,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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