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내 여성이 주류화되지

못한 건 우리 사회에서 여성 대중이

주류화되지 못했기 때문”

일시=2016년 7월 1일 오후 2시

장소=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

사회=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4당 최다선 여성의원들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cialis manufacturer coupon open cialis online coupon
4당 최다선 여성의원들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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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20대 국회는 대권주자군으로 분류할만한 실력 있는 다선 여성의원들이 부상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오늘 모인 4당 최다선 여성의원들은 당대표, 원내대표, 국회의장단 후보로 용기 있게 도전해 주목을 받았다. 추미애, 나경원, 조배숙 의원은 법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우선 20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달라.

추미애 의원(이하 추)=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는데 준비된 정당을 만들어서 새로운 10년 열겠다,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정당의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 하에서 공허한 캐치프레이즈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은 청년 일자리를 해결한다든지 보육,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준비하고 실천해주길 기대한다. 그런 정책 비전을 구체화시켜 국민께 희망을 드리겠다.

나경원 의원(이하 나)=늘 ‘여성의원 12%’, ‘여성의원 14%’라는 타이틀이 붙은 토론회만 하다 오늘 ‘4당 최다선 여성의원 좌담회’를 하니 여성 정치인들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듯해 뿌듯하다. 20대 국회에선 여성 정치인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우주사적 3대 사건 중 하나를 지나고 있다.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에 이어 인공지능의 탄생이다. 이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20대 국회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국회의 역할은 ‘엄마 정치인’들이 잘 하지 않을까.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여성 정치인들의 모성 본능으로, 4당 최다선 여성 의원들이 주도해서 20대 국회에서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조배숙 의원(이하 조)=19대 국회 때 원외에 있다 다시 돌아왔다. 다선이라 더 책임감이 막중하다. ‘여성 최초 탄생’이라는 수식어가 나오지 않도록 여성들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한다. 국회부의장직에는 얼마전 도전했는데 당내에서 분위기가 참 좋아서 되나보나 했는데 잘 안 됐다.

최다선 중진의원 모임을 만들어서 한두 달에 한번이라도 모여서 여성 의제나 현안을 논의하고, 같이 목소리 내는 게 여성들이 바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4당 최다선 여성의원 모임을 제안하고 싶다.

심상정(이하 심)=여성 중진들이 있는 자리라 간담회실이 꽉 차는 느낌이다. 저는 3선인데, 대한민국 진보정당 최초로 3선 의원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당내 다선 의원들이 많은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정의당을 인정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야의 공통분모는 헌법이다. 균형 성장, 경제 주체들의 적절한 분배 등 헌법 정신을 실현하는 데 여야를 막론하고 20대 국회가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조배숙 의원이 아까 말씀하셨듯 오늘 4당을 책임지는 여성 의원들이 다 모였으니 여성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또 우리가 소집 책임자가 돼서 20대 국회 여성의원 모임을 시작했으면 한다. 17대 때 그런 모임이 있었는데 썩 잘 되지 않았다.

추, 나, 조=좋은 생각이다.

조=당장은 4당 최다선 여성의원 모임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드린다.

추, 나, 심=찬성이다.

사회=여성신문이 오늘 좌담회에서 4당 최다선 여성의원 모임 결성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조 의원이 먼저 말씀해주셨다.

나=최다선 여성의원 모임, 20대 국회 여성의원 모임 둘 다 하는 게 좋겠다.

사회=20대 국회에서 최다선 여성의원이 되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났기 때문에 최다선이 된 것 아닌가 싶다.

나=선거를 하다 보면 실패도, 성공도 있다. 제게는 서울시장 선거가 가장 큰 실패였고. 원내대표 선거도 그랬다. 사실 돌아보면 서울시장 선거는 여성 정치인이라 부당하게 공격당한 면도 있다. 남성이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여성 정치인들에겐 그런 게 따라다니더라. 정치인 대다수가 남성이고, 정당이 남성문화라 여성으로서는 어려움이 있다. 여성 정치인들이 힘을 얻는 곳은 오로지 국민이다. 우리가 최다선 여성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추=정치가 권력 집단이니 정당 내부 안으로 들어올수록 촘촘하게 짜여 있다. 선의, 의욕,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되더라. 사실 여성정치에 대해 지금까지는 살짝 봐준다고 하면서, 봐줘서 된 거 아니냐 하는 2류정치로 보는 편견이 있었다. 절대 2류 정치가 아니다. 여기 계신 한 명 한 명이 다 롤모델이다.

심=정치권 내 여성이 주류화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여성 대중이 주류화되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은 성별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정치권 내 여성들의 지위를 높이려면 여성 정치인들이 여성 대중을 적극 대변해야 한다.

정의당이 비례대표 후보의 홀수 순번은 여성을 배정하는 제도를 먼저 채택한데 자부심을 느낀다. 여성 비례대표제는 2002년 17대 국회 때 제도화됐지만, 정의당은 그 이전인 지방선거 때 제도화했다. 당내에서도 9시간 걸려서야 두 표 차이로 채택됐다. 제가 6시간 이상 “시쳇말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데 여러분들이 여성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건의하고 설득했다. 20대 국회 여성 비율이 역대 국회 중 가장 높은 것도 결국 비례대표제 도입이 이뤄낸 성과다. 이런 장벽을 하나하나씩 뛰어넘어야 한다. (추미애 의원을 향해) 큰 정당에서 여성 당대표가 나오는 것도 헌정사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나=새누리당은 여성 당대표, 여성 대통령을 만든 경험이 있다. 17대 국회 때 여성 비례대표 제도화도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당내 문화는 아직 멀었다. 의원들이 본인이 기득권과 관계되면 여성에게 (자리를) 내주질 않는다. 기초의원부터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까지는 여성에게도 좋은 자리를 준다. 서울 지역에선 새누리당 기초자치단체장 5명 중 3명이 여성이다. 그런데 여성 우선공천지역 선정 과정만 보더라도 공천 과정에서 다툼이 있는 지역에 주거나 급히 줄 수밖에 없어서 당선되기 어려운 지역을 주거나 하는 식이다. 당이 여성 정치참여 확대에 소극적이다.

조=대중정치에선 사실 여성이 강하다. 오늘 당내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남자의원들의 정치는 사우나에서 이뤄진다. 거기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남자 사우나를 갈 수 없으니까. 여성 정치인이 당내정치에서 성과를 내려면 동료 남성 정치인들의 공감과 지원도 필요하다. 앞으로 후세대 여성들이 이런 핸디캡을 겪지 않고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몫이다.

지금 지방의회는 여성들이 상당히 진입했다. 여성 기초의원, 광역의원을 많이 배출했고 의장단에도 다수 여성이 진출해 있다. 그게 제도의 힘이다. 기초의회를 중선거구로 만들어 비례를 의무적으로 여성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회 선거구에 여성을 의무 공천하니 비례대표로 훈련받은 사람들이 선출직에 나가서 기초‧광역의원이 된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 의장단에서 훈련받은 이들이 국회의원으로 성장한다. 그게 자산이다. 슈퍼우먼 초능력이 아니라 그만큼 제도가 중요하다. 4당 최다선 여성의원들은 후배들의 국회 진출을 위해 제도적인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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