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정치적 슬로건 새 정치 크게 훼손

몇몇 여성 의원들 일그러진 일탈 행위로 실망

정당 정치는 퇴보하고 여전히 뒷걸음질만 

현재의 여성 정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야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당이 창당 5개월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안철수․천정배 공동 대표가 지난 6월 29일 총선 당시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위를 기록하면서 3당 체제를 구축할 만큼 국민들의 많은 성원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리베이트 의혹 파문으로 안철수 의원 자신의 정치적 슬로건인 새 정치는 크게 훼손되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월2일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 “온몸을 던져 정치부패, 가짜 정치 등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관행과 문화를 완전하게 퇴출시키고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이번 파문에 연루되어 안 전대표의 이런 다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의당 지지도는 총선 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6월 4주(21-23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도는 14%로 새누리당(31%)과 더불어민주당(25%)보다 크게 뒤졌다. 심각한 것은 당의 핵심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더민주에게 지지도가 역전 당했다.

여하튼 이번 리베이트 사태로 안 전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한계가 노출되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6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상돈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 조사단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고 의혹 연루자들을 제외한 채 서둘러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 대표는 이런 황당한 당 자체 조사를 신뢰한다고 함으로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 대표는 선관위 고발 이후 3주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가져 가겠다”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일단 안 전대표의 결단은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수궁은 간다.

안 전대표가 “담대한 변화를 하고 국민께 약속했던 새 정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존 정당처럼 사고가 터졌을 때 정치적 결단 과정에서 흐지부지 시간만 보내고 끝내는 것으로 비치고 싶지 않다”고 사퇴 이유를 밝힌 대목에서는 진정성이 보였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퇴는 최선의 처방이 될 수 없다. 국민의당 소속의 박주선 국회 부의장이 “안 대표가 책임진다고 당이 수습이 되겠느냐”며 “지금은 수습하는 것이 목적이지 현실에서 도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리베이트 사건 연루자 출당 등 강한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의원총회에서 수용되지 않아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는데 어떻게 당을 책임지고 끌고 갈수 있겠는가. 20대 국회는 임기 개시 한 달 만에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여야 3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도래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20대 국회가 정말 걱정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세계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정당 정치는 퇴보하고 여전히 뒷걸음질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여성 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최근 여성 국회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도 크게 우려된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 최정점에 박선숙,김수민 두 여성 의원이 연루되었고, 서영교 더민주 의원은 보좌진 가족 채용 논란에 휩싸여 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도 친인척 2명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성 평등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 논리로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보다 성실하고 청렴하며 따뜻하다는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여성 의원들이 일그러진 일탈 행위로 이런 믿음이 깨지고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성평등 사회가 시대정신이라는 사실은 돌이킬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여성계를 포함한 여성 의원들이 위기가 기회라는 믿음을 갖고 현재의 여성 정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

안철수 의원도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크게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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