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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 ‘서프러제트’의 한 장면.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 상영관에서 여성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 ‘서프러제트’의 한 장면.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 상영관에서 여성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 ‘서프러제트’ 상영 도중 폭행 사건이 터져 여성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의 단체관람 모금 운동이 폭발적인 호응 속에 하루도 안돼 ‘초과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모금 사이트 ‘텀블벅’에서 ‘서프러제트 상영관 대관’ 프로젝트 모금을 진행 중인 ‘이갈리테’ 측은 “영화를 상영한 곳이 전국에 17군데 뿐인데 CGV에 문의한 결과 흥행하면 흥행할수록 상영하는 곳이 많아지고, 더 오래 상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그러나 시간대조차 비인기 시간대 위주로 상영되는 현 시점에 흥행을 바라며 영화를 보고자 해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모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결성된 이갈리테는 한국의 페미니즘을 세계로, 세계의 페미니즘을 한국에 소개하는 글로벌 페미니스트 프로젝트팀이다.

이갈리테 운영진은 ‘서프러제트’ 영화관 폭행 사건에 대해 “‘서프러제트’ 상영관에서 벌어진 폭행은 흑인 해방운동을 다룬 영화 상영관에서 백인이 ‘깜둥이’ 운운하며 폭행하는 것,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에서 일본인이 ‘조센징’ 운운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폭행 사건의 여파로 모금 운동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성공했다. 28일 오후 9시10분 현재 목표액(200만원)의 173%인 347만원 이상이 모였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194명이다.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 ‘서프러제트’의 한 장면.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 ‘서프러제트’의 한 장면.

앞서 ‘서프러제트’ 상영 도중 여성을 폭행한 40대 남성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26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영화관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 A씨를 폭행한 이모(46) 씨는 A씨가 팔걸이에서 팔을 치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고 얼굴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트위터를 통해 “옆자리에 앉은 이 씨가 자신의 허벅지를 쳐서 ‘뭐 하시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구멍 두 개 달린 X들이 XXX들이’라는 등의 욕설을 하며 얼굴을 폭행했다”며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이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또 (상영관에서) 나와서 경찰을 기다리는 중에는 이 씨가 “왜 요즘에는 여자들만 보호해주느냐”라는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번 일이 여성혐오 범죄라고 생각하느냐는 다수의 질문에 “(폭행의) 동기는 모르겠지만 현상으로 보면 여성혐오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씨가 시비를 걸며 ‘구멍 두 개’를 운운한 것은 여성혐오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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