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 

조성은 감독, 첫 장편 제작

쌍둥이 임신해 후반 작업 마무리

주인공 전혜빈과 호흡 잘 맞아

“첫 연출 감독으로 큰 행운”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 조성은 감독은 제작 기간 중 쌍둥이를 임신해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 조성은 감독은 제작 기간 중 쌍둥이를 임신해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봄 촬영을 시작한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이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단편영화 ‘다시 찾은 크리스마스’(2003)와 ‘숲의 딸들’(2007)을 만든 조성은(39)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돼 먼저 선을 보였다.

재기를 준비하는 배우 ‘연이’(전혜빈)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조연출 ‘선재’(신민철)는 촬영장에서 사랑을 키우고 결혼하지만, 성격 차이로 이혼을 결심한다. 연이는 우유부단하고 자기주장이 없는 선재가 불만이고, 선재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처럼 행동하는 연이가 버겁다.

영화는 잔잔하다. 그렇다고 웃음기를 뺀 진지한 드라마는 아니다. 연이는 욕도 차지게 내뱉고, 때로는 너무나 당당해서 주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뻔뻔한 캐릭터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늘 발목을 잡는 아픈 상처가 있다. 로맨스 영화답게 ‘진정한 사랑으로 상처가 치유된다’는 공식을 따르면서도 과정은 진부하지 않다.

영화는 철저히 여자 주인공인 연이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조 감독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시드니 공과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우쯔국립영화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극적인 체험은 아니지만, 여운이 남는 영화”라며 “그 여운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작 극적인 체험은 조 감독에게 찾아왔다. 영화 제작 기간 중 쌍둥이를 임신한 것. 지난 22일 영화 시사회 참석을 위해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만난 조 감독은 “생후 47일 된 두 아이를 시어머니와 도우미에게 맡기고 나왔다”며 웃었다.

-드디어 첫 장편영화가 나왔다.

“모든 영화는 예산이 많던 적던 다 고생스럽고 많은 희생과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다. 이번 영화도 투자부터 개봉관을 잡는 것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관장할 수 없는 것은 마음을 놓고 흐름에 맡기고 기다렸다.”

-그 와중에 쌍둥이가 찾아왔다.

“집안에 쌍둥이가 없는데 신기하다. 배가 많이 부른 상태로 녹음 믹싱 등 후반 작업을 끝냈는데 쉽지 않더라. 입덧은 없었는데 나중에 임신중독증이 와서 힘들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임신하고 출산 후에 다시 복귀한 워킹맘들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그리고 많이 불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돌아가서도 불리한 포지션일 수밖에 없지 않나.”

 

폴란드 우쯔국립영화학교 출신인 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직접 쓰며 첫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폴란드 우쯔국립영화학교 출신인 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직접 쓰며 첫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아이도 낳고, 영화도 만들고 뜻깊은 해다.

“정말 얼떨떨하다. 엄마로서, 감독으로서 준비가 덜 된 것만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출산의 시기가 임박해서 그 자리에 가있는 기분이다. 쌍둥이도 영화감독도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재미가 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처음에는 ‘우리 연애의 이력’ 전신인 시나리오를 의뢰받았다. 부부가 이혼하는 내용이었는데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이혼하는 이야기보다는 이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그렇게 발전시키다 보니 아예 새로운 이야기가 됐다. 첫 장편 시나리오를 쓴 건 맞는데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는 집에 많다.(웃음)”

-기존 단편영화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오랜 시간 충무로에서 연출부 생활을 안 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나의 스타일은 이거다’라는 고집은 없다. 오히려 유연하다. 단편영화는 그만의 매력이 따로 있고 앞으로는 계속 상업영화 틀 안에서 작업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에게 요구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런 부분에서는 딱히 고집 없는 성격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주로 프리랜서로 통번역이나 출판 에이전시에서 일했고, 20대 중반까지는 소규모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영상을 제작하는 곳이어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은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유학 다녀와서 회사 생활을 했다. 영화 일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좀 느긋한 마음으로 일하면서 뭐든 많이 경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조 감독과 전혜빈 배우. ⓒ더블엔비컴퍼니(주)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조 감독과 전혜빈 배우. ⓒ더블엔비컴퍼니(주)

-조명감독인 남편과 함께 작업했나.

“아니다. 같이 일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싸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지 않겠나.(웃음) 또 앞으로는 아이들을 번갈아가면서 돌봐야 해서 같이 일하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

-전혜빈 배우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혜빈씨는 여성스러운 감각이 굉장히 발달했다. 또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배우로서 매우 큰 장점이다. 본인이 경험했던 안 했든 그런 삶에 대해 공감해보려고 노력하더라. 배역에 대한 해석이 일치했고, 현장에서의 소통도 원활했다. 처음 연출하는 감독에게는 정말 행운이다.”

-유독 여성 스텝이 많았다는데.

“남자 스텝들이 ‘저기엔 다 아마조네스들만 있다’며 모니터 주변에 오길 두려워했다.(웃음) 남자 주인공인 민철씨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환경에서 꿋꿋하게 버텼다. 민철씨가 맡은 선재 역은 여자의 시선으로 보이고 해독되는 역할이어서 힘들었을 거다. 배우로서 마음껏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가 민철씨 본연의 남성성을 많이 꺾으면서 일했던 거 같다.(웃음) 그래도 잘 따라와 줬다.”

-영화 제목이 재밌다.

“영화가 가정법원에서 시작해서 동사무소에서 끝난다. 사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국 그것을 해소하는 곳은 굉장히 행정적인 곳이다. 결혼하면 감정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이 섞이고 떼려야 뗄 수 없다. 연애 혹은 결혼으로 만났다 헤어졌다 반복하는 것들이 종이에 이력으로 남는다.”

-관객에게.

“어떤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다. 소소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힘을 빼고 편안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여운이 조금 오래 남을 수 있다면 그게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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