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는 전업맘 가정양육 유도

일·가정 양립 정책 반하고

양성평등에도 위배

 

여성가족부,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유산 등재 추진하다

예산 집행 안해 “자기 발목 잡아”

 

여성운동가 출신 재선 의원

“타 상임위와 협치… 현장방문 강화”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정부가 작년에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보고서도 주지 않더니 어린이집, 학부모, 보육교사 등 보육 주체들과 소통하지 않고 맞춤형 보육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정부가 작년에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보고서도 주지 않더니 어린이집, 학부모, 보육교사 등 보육 주체들과 소통하지 않고 맞춤형 보육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인순(58)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20일 “정부가 작년에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보고서도 주지 않더니 어린이집, 학부모, 보육교사 등 보육 주체들과 소통하지 않고 맞춤형 보육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많은 문제가 노출됐는데도 정부가 정책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맞춤형 보육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전업주부를 가정양육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는 일‧가정 양립 정책에 반할뿐 아니라 양성평등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남 위원장은 여성운동가 출신 재선 의원으로 4‧13 총선 당시 서울 송파병에서 3선의 ‘삼둥이 할머니’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여성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어 그의 여가위 운용 방식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여가위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초선 윤종필 의원과 더민주 비례대표 초선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비례대표 초선 신용현 의원을 각각 간사로 선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남 위원장과 이 단체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인 정 간사의 파트너십도 주목된다. 여가위는 전체 정원 17명 중 남성 의원은 아쉽게도 3명(새누리당 김명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박주민 의원) 뿐이다.

남 위원장은 “올들어 여성‧청소년 현안이 잇따라 사회문제화되면서 겸임위인 여가위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며 “여성 현안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현장 방문과 정책간담회를 활성화시켜 거버넌스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상임위 운영 계획은.

“겸임위라 의정활동에서 소홀해질 수 있어 꼼꼼히 챙기겠다. 여성 현안은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또 모든 영역에서 고려돼야 하는 크로스커팅 이슈(cross-cutting issue)라서 여성가족부만 감시, 견제하면 한계가 있다. 안행위, 교문위, 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들과의 협치를 통해 여성 문제를 확장시키겠다.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도 함께 하니까 해당 부처에 정책 제안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상임위간 연석회의를 제안하겠다. 19대 국회는 연석회의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영역의 젠더 이슈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남 위원장은 “최근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과 저소득층 청소녀들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쓴다는 사연이 우리 사회에 아픔을 줬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는 여가위가 챙겨야 할 민생 현안”이라며 “강남역 사건 이후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설익었다. 법무부, 경찰청,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나서야 하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여성 현안은 모든 영역에서 고려돼야 하는 크로스커팅 이슈”라며 “안행위, 교문위, 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들과의 협치를 통해 여성 문제를 확장시키겠다. 구체적으로 상임위간 연석회의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여성 현안은 모든 영역에서 고려돼야 하는 크로스커팅 이슈”라며 “안행위, 교문위, 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들과의 협치를 통해 여성 문제를 확장시키겠다. 구체적으로 상임위간 연석회의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맞춤형 보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지난해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펼쳤는데 1차 가평에선 맞춤반(6시간)을 선택한 부모가 1%에 불과했다. 2차 제주 서귀포시 시범사업에선 10.2%만이 맞춤반(8시간)을 이용했고, 3차 평택 시범사업에서만 맞춤반 이용자가 21%가 나왔다. 정부는 3차 시범사업을 토대로 종일반·맞춤반 비중이 8대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경을 보면 정부가 전업주부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 많은 외벌이가 아니면 대다수 전업주부가 취업을 준비한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4대보험 증빙을 못해 자기기술서를 내야 한다. 정부는 여성들의 삶과 현실을 너무 모른다.”

-보육 주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보육 교사는 8시간 보육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 제외 직종이다. 이참에 비현실적 보육료나 교사 처우 등 제도를 정비해가면서 부모의 이용 욕구에 따라 이원화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오후 3시로 바꾸는 건 문제다. 어린이집들이 0∼2세 아동발달 프로그램에 따라 보육해왔을텐데 준비할 시간이 충분해야 하지 않나.” 남 위원장은 맞춤형 보육의 대안으로 ‘8+4’ 보육을 제시했다. 8시간을 기본 보육으로 하고 취업주부가 연장을 원하면 4시간 더 추가해주는 방식이다.

그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된 합의는 무효”라며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 등을 위한 책임 있는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것과 관련해선 “차기 정부로 키를 넘길 수도 있는데 당장 10억엔을 받아와서 재단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오래 끌어온 사안이라 제대로,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할머니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또 20년 이상 이 문제를 함께 풀어온 많은 주체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 길은 있다. 두 나라가 협상안을 교환한 게 아니라 양국 외무장관이 구두합의했고 일본 외무부장관 이름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최고 수장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수요시위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 위원장은 “정부가 2013년부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는데 한일 정부간 합의로 유네스코 유산 등재의 명분이 난처해졌으니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라며 “심지어 여가부는 관련 예산도 집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수요시위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 위원장은 “정부가 2013년부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는데 한일 정부간 합의로 유네스코 유산 등재의 명분이 난처해졌으니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라며 “심지어 여가부는 관련 예산도 집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남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수요시위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여가부의 자기모순을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2013년부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고 전임 조윤선·김희정 장관도 등재 추진 계획을 수차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방해 작업을 해왔다.

남 위원장은 “한일 정부간 합의로 유네스코 유산 등재의 명분이 난처해졌으니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심지어 여가부는 관련 예산도 집행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못 박아 다른 피해국가들이 문제제기도 못하게 막은 거다. 실수를 넘어 엄청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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