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연(가명)씨의 이력서 ⓒ여성신문
김채연(가명)씨의 이력서 ⓒ여성신문

Q. 지난해 아이를 대학에 보냈습니다. 예전에 금융권에서 꽤 오래 일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전업주부의 길로 접어들었네요. 40대 중반이 되니 나 자신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준비한 것이 직업상담사였습니다. 평생교육 시대의 유망한 직업이기도 하고 이 나이에도 비교적 취업이 쉽다고 해서 도전하게 됐어요. 꾸준히 공부해 지난해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데 몇 군데 지원했지만 번번이 서류에서 탈락입니다. 나이 때문일까요? 구직단계에서 막혀버린 지금, 어떻게 하면 취업할 수 있을까요?

 

A. 자격증은 취업 준비 첫 단계, 인턴십으로 경험 쌓고 오피스 자격증 취득해보세요

예전 직장을 구하던 시기에 저도 직업상담사와 상담도 해보고 취업정보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찾아주고 직업으로 연계해준다는 일은 정말 멋지고 보람된 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채연씨의 사연을 보니 자격증 취득에는 성공했지만, 최근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일이 잦았던 것 같습니다. 관련 경력이 없다는 것과 오랜 공백 기간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해 살펴보면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업상담사는 말 그대로 취업이나 이직 등의 과정에서 관련된 직업정보를 전달하거나, 필요한 도움을 주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대인관계나 서비스 관련 역량이 필요합니다. 채연씨의 경우, 이전에 금융권에서 고객응대나 관리를 했던 업무경험이 있으니 이러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자격증 취득은 취업준비의 첫 단계이지, 마지막 관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흔히 자격증 취득을 취업의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은 말 그대로 해당 직업에 종사할 ‘자격이 된다’는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구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현실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직업상담사는 직업의 특성상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누구나 처음부터 경력자일 수 없지만, 이러한 점을 유념한다면 관련한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전시장 등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에 자주 다녀보세요. 실제 직업상담사들이 하는 업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인턴십 제도 등을 활용해 관련 경력을 쌓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또한 직업상담사의 업무는 의외로 행정업무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상담에 관련된 내용도 모두 기록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행정업무가 업무량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컴퓨터, 특히 엑셀이나 공공에서 주로 다루는 한글프로그램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잘 다룰 수 있는지도 채용 시 고려되는 부분입니다.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이 있으신데, 최근 육아로 이러한 부분의 활용능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피스 관련 자격증을 새로 하나 취득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지금 기재하신 자격증은 취득시기로 보아, 실제 채용에 참고할 자료로 삼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업상담 외에도 관련된 분야의 역량을 꾸준히 길러나가세요. 성격유형검사(MBTI), 애니어그램 등 다양한 적성검사나 직업흥미도 검사도구를 다룰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고용분야나 산업시장 등의 트렌드에 관해서도 어떤 직업이 주목받는지 흐름을 읽어내는 연습도 함께 해보시고요.

직업상담사나 취업설계사를 채용하는 공고는 자주 올라오는 편입니다. 주로 직업관련 기관, 특히 공공분야에서 수요가 많고 지자체 등에서 직접 채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2~3월은 새로운 사업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시기를 노려 구직 준비하는 것도 전략일 수 있습니다. 직업상담사를 통해 고용시장에 재진입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사례를 저도 여럿 보았는데, 이후의 커리어는 스스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40대 후반에 새로운 직업세계에 입문하는 채연씨, 그 뒤를 따라 수많은 여성들이 나름의 길을 만들며 따라갈 겁니다. 몇 번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구직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