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의사(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16일 열린 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여성신문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의사(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16일 열린 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여성신문

 16일 '10대 여성 성·건강 토론회'서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의사 발표

“성교육할 때 여학생은 생리통, 성폭력에 대해, 남학생은 야동, 자위에 대해 말한다. 여성은 고통, 남성은 욕구라는 차이가 있다. 여성이 성 주체가 되기엔 멀기만 한 현실을 보여준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의사는 지난 16일 서울시가 마련한 10대 여성 성·건강 토론회에서 진료실 안팎에서 겪는 10대 여성의 성 건강 이슈와 부모의 잘못된 인식 등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 왜곡된 사회 인식과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아래는 최안나 전문의의 발표를 요약한 것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사춘기란 성적 발달이 시작해서 성적 능력을 완성하는 시기다. 성 발달 시기를 5단계로 나누는데 16세 전후 발달이 끝난다. 단순히 어린이와 성인의 중간시기에 불과한 게 아닌데 우리 사회가 10대를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성적인 존재로 인식하는가. 중학생 때 성적인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데도 관심을 나타내고 행동을 보이면 문제인 것처럼 여긴다. 이들을 성적 존재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10대가 이때 어떤 성적인 인지과정과 성적인 태도를 갖느냐가 평생의 성행동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주된 관심사는 특목고 가는 것이다. 조금 성적인 얘기를 하면 남학생 엄마는 어떻게 하면 남학생은 음란물 안보고 자위 못하게 할까, 여학생 엄마는 그런 고민조차 없다. 생리 양이 많다거나 생리 불순이라거나, 나쁜 짓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정도다.

성조숙증 걱정 지나치게 과도해

사춘기 시작과 발달의 중요한 요인은 유전이지만 환경적 요인도 분명히 있다. 특히 비만(체지방)이 중요한 요인이다.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고소득층 아이들도 문제가 많다. 특히 성조숙증 걱정이 과도하다. 2차 성징이 유방-키-초경 순서로 나타나는데 엄마들은 아이가 키가 작은데 유방이 나온다고 놀라서 병원에 온다. 초경하면 키가 안크니 늦추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키가 작으니 성장호르몬주사를 놔달라고 한다. 유방 발달 시기는 평균 11.3세지만 8세 이상이면 정상이라고 본다. 일부 의사나 언론이 멀쩡한 아이들을 환자로 만든다.

초경은 예전에 비해 빨라진 게 맞다. 병적인 게 아니라 영양 섭취가 좋아서 그렇다. 생리는 정상적인 배란까지 2~3년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불규칙한 게 정상이다. 2차 성징이 느린 발달 지연 기준은 중학생 졸업때까지 보면 되고 그 전까지는 정상이다. 이 시기에 우리아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교육하고 준비시키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하는 가정은 얼마나 될까?

어느 엄마는 아이가 초경 전에 질 분비물이 나온다고 와서 애가 나쁜 짓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엄마도 정상적인 변화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눈으로 본다. 우리 경제·교육 수준에 비해 성과 관련해서는 매우 무지한 편이다.

생리혈은 피뿐만 아니라 내막조직이 같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 피와 다르다. 죽은 피, 나쁜 피 아니다. 시커먼 피라며 보약 먹인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덩어리로 나올 수 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생리통이나 증후군 있으면 정상생리일 가능성이 많다. 호르몬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는 산부인과에 갈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데, 내분비장애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 산부인과를 방문해야 한다.

자기몸 자기가 보는데 무슨 문제? 자기 몸에 자긍심·자신감 심어줘야

남성은 성기를 남의 것도 쉽게 보고 비교할 수 있어 오해가 별로 없다. 반면 여성은 거울을 대고 봐야 하는데 엄마는 딸이 음란하다고 놀란다. 자기 몸 자기가 보는데 무슨 문제인가. 어려서부터 자기 몸에 대한 자긍심, 자신감을 줘야 한다. 사춘기가 되면 음순이 까매지고 커지고 주름지는 게 정상이라고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얘길 듣지 못하니 멀쩡한 대학생이 음순이 크다며 잘라달라고 병원에 오는 경우도 도 꽤 있다.

실효성 있는 성교육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여성의 첫 성관계 평균 연령은 21.5세, 첫아이를 낳기 원하는 나이가 31.5세로 10년의 격차가 있다. 그런데 여성 중 피임 안하고 성관계한 경험을 조사하면 100%로 나온다. 낙태를 안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2015년 교육부 성교육 자료에 중학생은 피임에 대해 실습하지 말라고 돼있다. 고등학생은 ‘일시적이고 비교적 비용이 싼 방법을 선택하라’고 한다. 콘돔은 성병 예방 목적으로 쓰라고 하지, 피임목적으로 쓰라고 하지 않는다. 아직도 교육부가 이것을 피임법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다른 백신보다 위험하지 않아

성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으로는 20일부터 정부가 무료 접종을 시작하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이슈다. 자궁경부암은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고 조기검진으로 100% 완치된다. 성행동을 시작하면서 발생룰이 높아지기 때문에 10대 여성에게 예방이 필요하다.

성행위 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데 대부분은 저절로 좋아지지만 백신을 맞으면 암 발생 가능성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맞아야 한다. 다른 예방접종들보다 더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니다. 예방과 조기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데, 성생활 전에 해야 가장 효과가 좋다.

단, 무료 예방접종인 만 12세 여아가 아닌 중고등학생에게도 지원해야 한다. 또 병은 여자가 걸리지만 남자가 옮기기 때문에 남자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주사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깔창 생리대, 무료 보급·가격 인하로 끝날 문제 아냐

인도에서 한 남자가 가난한 아내를 위해 목화솜을 따다가 생리대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여성 인권이 최하위인 인도에서조차 이런 걸 만드는 남편이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생리대 논란을 보면서 이게 과연 생리대 비치하고 가격만 낮추면 될 문제인가 생각이 들었다. 성적인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어른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다. 한부모 가정이든 어디든 상관없다. 나는봄청소녀건강센터 같은 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의논할 수 있어야 한다.

성교육을 다녀보면 여학생은 다 생리통만 고민하고 부모는 성폭력만 걱정한다, 남학생은 야동 많이 본다고 고민하고 자위하면 키가 안 크냐고 묻는다. 여성은 고통과 피해를 당하지 않는 것에 인식의 초점이 맞춰지고. 남성은 성적 주체로 본인의 충동을 어떻게 조절하고 해결할 것인가를 인식한다는 차이가 있다.

여자는 성감이 없고 성욕이 없을까. 남녀가 다른 것 같아도 뱃속에서 태아는 똑같이 시작한다. 감각이나 세포는 남녀가 다르지 않다. 호르몬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이 성감에 더 중요하다. 아직도 한국에는 생리통 생리대 문제만 있나. 여성을 성적 주체, 성행위의 주체로 인식하는 단계가 대한민국에 빨리 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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