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강아지 공장’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5월 2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강아지 공장’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달 공중파를 통해 무등록, 무신고로 운영 중인 ‘강아지 공장’ 내의 강제 교배, 제왕절개 등 충격적인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며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는 동물생산업 신고제, 동물판매업 등록제가 있음에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정부의 무관심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였다.

강아지 공장 전수 조사와 동물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례없이 커지자 뒤늦게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마리 이상을 사육중인 전국의 개 생산업소 4500여곳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이라도 강아지 공장에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에 나선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소, 돼지 같은 대동물이 아닌 개는 좁은 공간에서도 수십마리의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여기저기 퍼져 있는 불법 번식장을 전부 파악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개인간 거래는 가정에서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포함한 완벽한 전수조사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마 전 동물단체 케어에서는 컨테이너 안에서 고양이 30여마리를 사육중인 불법 고양이 번식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창고 주인은 인근에서 동물판매업(펫숍 운영)을 하는 사람이었으며 이 ‘고양이 공장’에 대해 판매가 되지 않거나 입양을 보낸 후 파양돼 돌아온 고양이들을 자부담으로 보호하는 공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조사를 나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조차 판단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다. 반려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나 고양이는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번식이 가능하다. 또 그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가 전국에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어느 시설을 강아지 공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전수조사가 진행된 이후 동물보호법 개정을 포함한 장-단기적인 대책은 현재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전수조사는 동물보호 및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거쳐가야 할 당연한 과정일 뿐 전수조사가 만능 구원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은 동물들이 과잉번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생산된 반려동물들이 손쉽게 일반 가정으로 대거 팔려가면서 악순환은 시작된다. 손쉽게 반려동물을 사들인 일반 가정집에서 싫증이 난다는 이유 등으로 반려동물을 버리면서 다시 유기동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매년 8만여두가 넘는 유기, 유실동물을 처리하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 반려동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사유화하고, 이 동물들이 유기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화 되는 실정이다.

생명을 과잉생산해서 유리 진열장에 전시해 판매하고 이를 일시불, 할부로 구입하는 일이 가능한 세상이 과연 정상적인가?

단기적으로는 번식장과 판매 업소를 강력한 허가제로 전환하고. 시설과 운영 기준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90개가 넘는 도시에서는 펫숍의 강아지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는 강아지 공장으로부터의 공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우리 역시 머지않아 반려동물 번식업 자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하며 이를 위한 장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강력한 정부 대책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동물 생명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도움을 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