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캐나다

일·가정 균형위해 롤모델 많아져야

변화의 동력은 미디어 

 

 

캐나다의 40대 젊은 총리 쥐스탱 트뤼도는 지난해 11월 취임 후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트뤼도 총리는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운 이유에 대해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으로 세계의 화제를 모았다.

최근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 대사<사진>를 만나 남녀 동수 내각이 당연시 되는 나라 캐나다의 일∙가정 균형의 현황과 다양성에 대해 들어봤다. 에릭 월시 대사는 지난해 2월 초에 부임해 고위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여성들을 만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방한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통상장관과 한국의 여성 최고경영자 조찬을 함께 했는데 경제 분야에도 많은 여성들이 진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캐나다의 워킹패밀리 삶은 어떠한가

“캐나다에서도 일과 가정의 균형이 과제다. 우리는 여성들이 출산과 더불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과 휴직 후 복직에 대한 법적 보장을 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갖고 다시 원래의 자리에 돌아오는 것이 결국에는 회사에 이익이 된다. 육아휴직을 위해 회사를 떠난다면 그것은 회사에 막대한 손해인 것이다.

직장에서도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한다.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종교 등 다양성에 대해서도 열려있다. 회사가 고용인터뷰를 할 때 가족계획에 대해 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책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캐나다 외교부는 과거 한 때, 2차 대전 이후에도 기혼여성은 외교관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후 60년을 지나오면서 지금은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고 여성대사들도 많아졌다. 물론 문화적인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지만 중요한 것은 롤모델과 미디어의 역할이다.

캐나다는 엄마로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새롭고 다른 관점의, 뭔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능력이 증명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일하는 엄마의 좋은 사례가 정착되면 젊은이들이 이를 롤 모델로 삼아 추진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한 예로 캐나다 최초의 여성 주정부 총리인 크리스티 클라크 브리티시콜럼비아(BC) 주총리를 들 수 있다. 그는 2001년 장관 재임 중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를 일터로 데리고 간 일화로 유명하다. 클라크 주총리는 지난 5월말 숙명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그는 연설에서 ‘여성들이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게 될 때 새로운 법칙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쉽지 않겠지만 그의 뒤를 따라올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먼저 시도하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변화의 동력은 미디어이다. 젊은 세대들을 위한 롤모델 제공의 측면에서 말이다. 시트콤, 액션무비 등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들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들이 변화하게 된다.”

-틔뤼도 총리의 동수내각이 세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그렇다. 트뤼도 총리는 자유당 대표가 되자마자 내각의 여성후보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프리랜드 통상 장관은 기자출신으로 뉴욕에서 가족과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전화를 받았다. 이처럼 많은 여성 후보군을 미리 모집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 불러낼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 이미 성공한 여성들이었고 또 다른 여성들을 도우려 한다는 면에서 훌륭하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의회와 내각, 주정부 등에 여성진출이 일반적이다.

한국도 여성대통령을 보고 자란 소녀들은 ‘나도 대통령이 될거야’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원주민, 뉴캐나디언(이주 캐나디언 2세) 등도 내각에 고루 반영되도록 했다. 수년 동안 준비해왔고 선거시기가 됐을 때 바로 그 준비된 후보군에서 내각 멤버들을 뽑았던 것이다.”

 

 

-캐나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이다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는 다양성은 일종의 DNA와 같다. 정부는 4가지 면에서 다양성을 반영하고자 하고 있다. 여성, 소수자, 원주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의 인구 구성 비율을 토대로 정부의 인적 구성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의 경우 60퍼센트 이상이 여성 직원이다.

의회에서도 오랫동안 다양성이 반영돼 왔다. 벤쿠버, 토론토는 대표적인 다양성을 가진 도시다. 나는 토론토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이 거의 50:50이었다. 당시 아시아인들이 많았지만 그저 이름을 불렀지 성을 붙여 부르면서 그들을 달리 대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들이 다른 악센트의 영어로 말을 해도 뜻만 통하면 보통의 어느 누구였지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내각이 다양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다양한 배경은 다양한 재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양성의 방향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교육에도 다양성이 반영돼 있는가

“다양성의 상황들은 삶 속에 늘 있다. 다양성은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2~30년 후에는 다양성이 환영 받는 문화, 다양성이 존중 받는 사회에 능력 있는 자들이 더 많이 이주해갈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일하는 젊은 여성이라면, 아마, 가족과 일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삶을 누리고 싶어 할 것이다. 더 좋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할 것이다.”

 

-대사님의 일∙가정 균형이 궁금하다

“가능한 일에 휘둘리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에 일하고 근무 시간 외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일과 가정생활을 확실히 분리해서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캐나다와 한국의 시차 때문에 쉽지는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밤새 캐나다에서 온 업무가 있는지 확인한다. 2마리의 개와 2마리를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남대문 시장, 한국은행을 지나 덕수궁길로 걸어서 출근한다. 걸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직장인들이 바쁘게 출근하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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