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소속 보육교직원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맞춤형 보육 제도 개선 및 시행연기 촉구 2차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소속 보육교직원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맞춤형 보육 제도 개선 및 시행연기 촉구 2차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어린이집·야당 연기 요청 묵살

제2 보육대란으로 비화?

민간어린이집, 집단 휴원 공표

7월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이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 업계와 전업맘들의 반대 속에 야당이 일제히 시행 연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예정대로 맞춤형 보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현재 0∼2세 아동은 부모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무상으로 어린이집 ‘종일반’(하루 12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는 홑벌이 가구의 경우 맞춤반에 속해 하루 6시간까지만 무상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민간 어린이집 업계가 반대하는 것은 맞춤반 아동에 대한 정부 지원금(0세 기준 월 66만원)이 종일반의 80% 수준에 그쳐 어린이집 운영난을 가중시키고 보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인건비를 비롯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기본보육료 삭감 중단 ▲현행 종일반 자격 중 하나인 ‘자녀가 3명 이상’을 ‘2명 이상’으로 완화 ▲종일반 보육시간 기준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시범실시한 결과 맞춤형 선택 부모가 5%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종일반 12시간 운영, 비현실적인 보육료 단가, 두 자녀 이하 가정과 전업맘 영아들에 대한 어린이집 이용제한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확한 보육 수요를 파악하지 못한 채 맞춤형 보육을 강행하면 혼란이 가중돼 누리과정과 같은 제2의 보육대란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보육 수요와 어린이집 운영변화 예측을 위해 시행을 유보하고 맞춤형 보육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17년간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이경희 월계키즈어린이집 원장은 “작년부터 원아 수가 대폭 절반 가까이 줄어 현재도 원장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맞춤형보육까지 시행돼 종일반 아이들이 더 줄어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특히 폐업보다 더 큰 문제는 영‧유아 교육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영아반 유지가 절대 불가능해진다. 지금 영아반을 없앨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부모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원장 B씨는 “전업주부들도 아르바이트나 구직 활동, 공부 등 다들 사정이 있는데 아이를 오후 3시에 데리고 가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한다. 정서적 안정이 중요한 시기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정서적으로 불안감과 상처를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제도 개선이나 시행 연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3, 24일 집단 휴원에 나설 예정이다. 휴원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향후 3개월 이상 시설의 문을 닫는 ‘집단 휴업’ 엄포도 놨다. 이 단체에는 가정·민간어린이집 1만4000여곳이 속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강행을 천명한 상태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맞춤형 보육 예산은 국회가 지난해 여야합의로 편성한 것”이라며 “행정부는 이 예산을 정당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 어린이집이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보육 현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데 어린이집의 경영상 문제는 최대한 개선되도록 협의해나갈 것”이라며 “맞춤형 보육 시행은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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