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서울시청 농성투쟁 결과보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서울시청 농성투쟁 결과보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청 후문에서 발달장애인 생존권 7대 요구안을 주장하며 삭발 농성을 하다 해제한 장애인 부모들에게 건넨 위로의 편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박 시장은 “42일 동안 발달장애인 문제 관련 농성을 해제하며 주고받은 편지를 당사자들의 양해를 구해 공유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앞서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은 박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시청 후문에 농성장을 꾸리고 주저앉은 지 사십여 일을 보내는 동안, 어쩌면 시장님의 하루하루가 더 고달프셨을지도 모르겠다, 죄송했다”며 ‘어미의 마음으로 나선 거칠고 서툴고 긴 농성’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어 “돌봄이 없으면 금세 엉망이 되어버리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저희는 자꾸만 마음이 급해져서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며 아이들이 끔찍한 상황에 처해지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절절한 마음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다인 아빠 박원순’ 발신의 답장에서 “누구나 그렇지만 저 또한 다인 아빠 박원순, 노을석의 아들 박원순 한 번도 잊어 본적이 없다”며 “자식을 위한 철야농성과 점거, 삭발… ‘왜 내게 이러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 아냐?’라는 마음이 들만도 한데 이번엔 좀 달랐다”고 썼다.

이어 “세상의 벽과 맞서 싸우는 어머니들의 절규 앞에서 같이 우는 것 밖에 없는 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박 시장은 “세상과 싸울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며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생각보다 봄이 온다는 생각으로 우리 함께 서로 울타리가 되는 서울을 꿈꿔봅시다. 꼭 포기하지 말고 이루어냅시다.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라는 말로 장애인 부모들을 격려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청 농성투쟁 결과 보고대회’를 열고 “서울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확인했다”며 “새로 구성되는 태스크포스(TF)에서 시와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달 4일부터 시청 후문에서 노숙 투쟁을 벌여왔다. 농성 기간 중 28명의 부모들이 삭발하기도 했다. 요구안에는 지역사회 중심 주거모델 개발 및 시범사업 운영, 발달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한 자산형성 지원사업 실시, 현장 중심 발달장애인 직업교육 지원체계 도입, 발달장애인 자조단체 육성·발굴 및 피플퍼스트서울지원센터 설치·운영,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확충과 관련 조례 개정,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체계 구축, 서울시 발달장애인 전담 부서 신설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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