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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사소한 불평등 ‘딴지걸기’가 여성운동이죠”

지역여성들과 함께 하는 여성운동가들이 늘고 있다. 지역 현안을 해

결하는 주체는 이제 여성이어야 하며 지역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으로 여성운동의 방향은 전환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깊숙히 뿌리 내리고 가부장제적 질서와 싸우면서 지역사회

를 재편하는 데 온몸을 던지는 운동가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작은 불평등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여성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한옥자(44)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

표·수원여성회 회장. 그는 93년 수원여성회 회장이 된 것을 계기로 여

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사업들을 진행해 왔다.

이 중 수원여성회가 창립 이후로 가장 꾸준히 해 온 사업은 보육사업

이다. 육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없기 때

문이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빈민지역 고색동에 1991년 ‘옹기종기 어

린이집’을 마련한 것. 그러나 우리 농산물, 유기농 재배, 인스턴트 음식

안 먹이기 등을 고수하며 얼마 안 되는 경기도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계속되는 적자로 문을 닫고, 그 후 1994년 ‘올망

졸망 어린이집’이라는 영아탁아소를 열었다.

보육사업 전개로 여성 사회참여 지원

어린이들에게 무해한 음식을 먹이면서 전인 교육을 하려면 재정적자

는 불가피하고, 그래서 중간에 문을 닫고 다시 여는 과정이 반복됐지만

일하는 엄마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고... 이

러한 딜레마 속에서 지금은 수원시 평동에 ‘생각하는 어린이집’을 수

원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여의치 않은 재정이지만 아직도

어린이들에게 좋은 음식만을 먹이는 고집(?)은 버리지 않았다.

올해 중점적으로 전개하는 사업은 ‘좋은 학교 도서관 만들기’사업이

다. 이 사업은 맞춤법 개정 이전에 출판된 묵은 책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만한 책으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더불어 IMF 한파로 취업

하지 못한 초등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여성들을 각 학교에 사서로 파견

함으로써 여성직업 창출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한옥자 회장이 여성운동을 하게 된 동기는 그의 성품에서 기인한다.

옳지 못한 것을 묵인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성품이어서 여자이기 때문

에 당하는 부당함에 대한 항거를 하다보니 어느새 여성운동의 길을 걷

고 있었다고 한다. 90년대 초반 K대 교직원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도

그의 정의감은 발휘됐다.

“제가 입사했던 시기가 9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 때도 결혼 퇴직제가

있는 거예요. 잘릴 것을 감안하고 결혼퇴직제를 없애는 데 앞장섰어요.

그랬더니 이젠 분만퇴직을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때 당시 총여학생회랑 여직원회랑 함께 분만퇴직제를 없앴

죠. 그 때 총여학생회장이 지금 수원여성회 어린이집 원장을 하고 있고

요.”

그러한 성품의 그를 여성운동을 하도록 부채질한 것은 가정분위기였

다.

“친구들이 다 학교 가는데 취학통지서가 나오지 않아 알아봤더니 딸

이라고 할아버지께서출생신고도 하지 않으신 거예요. 그래서 병원 가서

나이 검정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른 아이들보다 한달 늦게 입학했죠.”

3녀 2남의 장녀로 태어난 그에게 한학을 했던 할아버지는 남동생을 바

라는 마음에서 옥(玉)자(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옥(玉)자가 남자의 음낭을 상징한대요. 그래서 옥(玉)자가 붙은 이

름 다름엔 남동생을 볼 수 있다는 주술의 차원에서 제 이름이 탄생했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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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라 받은 설움, 여성운동으로 되갚아

졸업 후 서울대 병원에서 6년 7개월 근무하다가 80년대 후반에 ‘한국

여성의전화’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는 여성단체 생활을 처음으

로 경험하면서 여성운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그가 생각하는 여성운동이란 여성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의 과정

속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결혼, 임신, 출산,

교육 등 여성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단

순히 그 문제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배태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 여성운동이 지향할 바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

현안을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

한다. 지방토호, 유지들의 입신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지방정치를 개선하

는 주요 세력으로 여성들이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총선시민연대에

서 보여준 여성들의 활동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한

다.

“수원 지역의 10 여개 여성단체가 이번 경기총선연대에 참여했어

요. 경기총선연대에서나 수원총선연대에서나 모두 최선을 다해 활동했

고, 그 결과 ‘낙선후보 100% 낙선’이라는 쾌거를 이뤘죠. 앞으로 수

원여성회나 경기여성연대는 도정감시와 정책제안 등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견제로서 시민단체로서 기능할 것입니다.”

더불어 경기지역 여성단체의 조직적인 연대도 꿈꾸고 있다. 먼저 언급

한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파견을 경기 여성연합이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저소득가정 아동을 위한 방과 후 교실 보조교사 파견사업도 실

시하고 있는데, 이 사업 역시 경기 여성연합이 공동으로 하고 있다.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있지만 이슈화되어 공감대를 쉽게 형

성할 수 있는 사업부터 공동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여성운동의 힘을 키

우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호주제 폐지 서명운동이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경기도 평등의식 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9월까지 캠페인 활동 등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폭력남편

의 상습구타로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여성 장애인 유순자 씨를 돕기

위한 구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한 회장은 지역여성운동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난을 지적한다. 경

기 지역은 지리적으로 서울을 둘러싸고 있고 서울과의 교통이 발달되어

있어, 유능한 인재들이 서울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또 지역적으로

너무 넓어 네트워크 형성에 장애가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

한다. 경기지역이 서울을 둘러싸고 남북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경기북부의 여성운동가들과 회의를 가지려면 하루를 꼬박 보내야 한다는

것.

정치개혁·가족치료 주요 과제로

그는 앞으로는 가족문제를 상담하는 기관을 만들고자 계획한다. 가족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방법은 가족상담이라는 결론에 도달

했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들이 자기의 분노를 절제하고 갈등을 효

과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잖아요. 앞으로는 가

족 내의 갈등이 폭력으로 이혼으로 불거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상담

을 하고 싶어요”라고 밝힌다. 이를 위해 그는 가족상담의 선진국 사례

들도 공부하면서 우리 나라 현실에 적용시킬 만한 방안들을 연구 중이

다.

[김유 혜원 기자 dasom@womennews.co.kr]

'한옥자 이력'

전 경기총선시민연대 상임대표.

현 수원여성회 대표,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동남대 강사, 경복대

겸임교수, 경기도 여성발전위원회 위원, 경기도 정책위원회 위원, 경기

도 구조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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