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과정 10기 학생들이 8일 허성우 주임교수의 지도로 ‘페미니즘 사상’ 수업을 하고 있다.
여성운동 현장과 여성학 접목
10년간 127명 입학, 58명이
여성학‧NGO학 석사학위 취득
‘인향만리(人香萬里)-지성의 숲을 이루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과정이 올해 10년을 맞았다. 지나간 10년을 함축적으로 담은 표현이 인향만리, 곧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말 아닐까. 이곳을 거쳐 간 127명의 나무가 숲을 이뤄 여성운동의 새 길을 냈다. 그리고 이 동력으로 여성운동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성평등이라는 모두의 진보를 이끌어왔다.
지난 10년간 실천여성학과정을 거쳐 간 입학생은 127명으로, 이중 58명(여성학 석사 42명, NGO학 석사 16명)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실천여성학과정은 1년의 준비를 거쳐 2007년 3월 시작됐다. 젠더 관점에서 사회를 해석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여성활동가 리더를 키워야 한다는 꿈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NGO와 대학, 기업이 마음을 모은 덕이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상임대표로 있을 때다. 여성연합이 “중견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지치지 않고 여성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달라”고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을 지낸 조희연 당시 성공회대 교수(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제안했다. “1년에 10명씩 장학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유한킴벌리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실천여성학과정이 만들어졌다. 유한킴벌리는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실천여성학과정의 가장 큰 수혜는 3년 이상 중견 활동가들에게 유한킴벌리와 한국여성재단, 여성연합이 지원하는 ‘미래여성NGO리더십 장학금’을 준다는 점이다. 1년차 때 400만원이 지원된다. 이와 별도로 대학측이 등록금의 40%를 지원해준다. 지난 10년간 100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실천여성학과정의 성과는 만만찮다. 무엇보다 여성운동 현장과 여성학을 접목시켜 여성운동의 지속성과 가치를 확산시켜왔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도 한 뼘씩 성장했다. 인적 네트워크 확장에도 도움이 됐다. 허성우(56) 주임교수는 “일주일에 하루를 꼬박 같이 보내고 글 쓰고 토론하니 우정과 연대 의식이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 분야만 파고들던 여성활동가들이 다른 운동 현장에 몸담은 이들을 만나고, 다른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연대감으로 졸업 후에도 서로 돕는다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현장과 이론이 접목된 생생한 교과 과정은 만족도가 높다. 1학기에는 ‘페미니즘사상’ ‘젠더와 정치’ ‘젠더와 경제’, 2학기에는 ‘여성운동 역사와 쟁점’ ‘성연구’ ‘페미니스트 문화론’, 3학기에는 ‘아시아 문화와 젠더’ ‘현장연구’ ‘여성주의 가족론’, 4학기에는 ‘여성정책 연구’를 배울 수 있다.
교수진은 탄탄하다. 허성우 주임교수 외에 김순남(영국 요크대 박사), 전희경·권김현영·유정미(이상 이대 여성학 박사), 손희정(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김원정(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 수료)씨가 외래교수로 있다. 김영선(미국 뉴욕주립대 사회학 박사)씨는 대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실천여성학전공을 거쳐 간 졸업생들은 NGO 대표부터 공공기관, 성폭력·가정폭력·인권 상담소, 학교 교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주요 인사로는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나정숙 안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 황미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상 1기),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2기), 한명희 서울시의원(재선·3기), 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4기), 유영경 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이상 6기), 정유선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공동대표(9기),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10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