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꿈을 심는 대통령’인가
과연 ‘꿈을 심는 대통령’인가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06.09 21:34
  • 수정 2016-06-1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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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등

주요 국정 과제는 어디로

남은 재임 기간 동안 미래 권력을 창출하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여성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담대한 조치 취해야 해

 

 

지지자 앞에서 환호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 ⓒhillaryclinton.com
지지자 앞에서 환호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 ⓒhillaryclinton.com

퍼스트레이디,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힐러리 클린턴이 자신이 민주당 대선 후보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7일(현지시간) 치러진 뉴저지 주 경선에서 승리하자 뉴욕 주 브루클린 연설에서 당의 최종 후보가 됐다고 자축했다. 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여성 대선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이 최초이다.

이제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관록의 여성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냐 공화당의 패기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냐의 격돌로 좁혀졌다. 힐러리의 선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첫째, 미국에서 과연 여성 대통령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지 여부다. 현재 여론 추세가 유지되면 이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독특한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전체 득표를 많이 한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에서는 11월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그 중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WP 분석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가 이길 것으로 전망된 주와 우세한 주를 모두 이기면 각각 252명과 191명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판세라면 클린턴이 다소 유리하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가 숨어 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시절 관용 이메일 대신 개인 이 메일을 사용했고, 여기에 기밀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이 악재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이메일 스캔들은 마땅히 기소돼 사법 처리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힐러리의 부정적 이미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너무 귀족적이고, 정치적 계산에 강하고,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둘째, 젠더 이슈의 부각 여부이다. 힐러리는 “우리 모두는 지금 유리 천장 아래 서 있지만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는 이번만큼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힐러리는1848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권리를 위한 회의가 개최된 뉴욕주의 세니커 폴스를 언급하며 “오늘 승리는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직도 깨뜨릴 천장이 남았다”고 까지 했다. 미국 사회에서 여성 대선 후보가 어떻게 유리 천장을 깨뜨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셋째, 여성표의 향배이다. 트럼프가 폭스 뉴스의 여성 간판앵커 매긴 켈리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에 대한 비하 또는 인신 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힐러리는 이런 트럼프를 향해 “기질적으로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며 “미국인들이 서로를 향해 담을 쌓게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시점에 필자는 5년 전인 2010년 7월 10일에 행한 여성 박근혜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문을 다시 읽어봤다. “변화는 기다린다고 자연히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고, 비전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하는 것인데 약속을 지키고 실천한다는 믿음을 줄 수 없다면 좋은 정책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는 대목이 눈에 띤다. 박근혜 정부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등을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강남역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했고, 수락산에서는 산책을 나선 여성이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최근에는 섬마을 여교사가 집단 성 폭행을 당했다. 강력 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83.8%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 분위기 쇄신을 위한 청와대 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정무수석을 교체했고, 미래수석과 교문수석도 바꿨다. 국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창조경제 문화융성과 교육개혁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런 조치들도 좋지만 박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 선언문을 다시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저는 우리 국민 모두가 꿈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국민 여러분의 마음 속에 꿈을 심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은 재임 기간 동안 미래 권력을 창출하는 데는 신경 쓰지 말고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서 여성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어떤 대통령도 해 보지 못한 담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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