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숙련기술인 배출
‘블루 엘리트’ 성장 기대
NCS, 일‧학습 병행제로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기회 더욱 늘어날 것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재취업할 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범용적인 인적자원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어요. NCS에 기반을 둔 자격증을 따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때 정당하게 대우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겠지요.”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이뤄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에서 학벌이나 연공을 대체할 수 있는 NCS가 2014년 개발돼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학벌 중심의 스펙이 아니라 능력 중심의 채용을 통해 여성에게 더 넓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NCS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직무능력 평가 지표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 등 130개 공공기관이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고, 99개 기관이 4900여명을 채용했다. “채용뿐 아니라 교육훈련, 승진, 배치전환 등에서 공공부문, 민간기업 모두 국가직무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민간기업도 900곳 가까이 컨설팅해줬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NCS에 기반을 둔 채용이나 조직 관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한 847개 NCS가 훈련이나 채용, 전직, 승진 시 능력 평가의 공정한 기준이 될 것이다.”
박 이사장은 또 공단의 주력 사업인 일‧학습 병행제가 여성들에게 유용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학습 병행제는 선취업 후진학을 장려하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현재 7000여개의 기업이 선정돼 2만여 명의 근로자가 훈련을 받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를 시행 중인 기업에서 셰프 출신인 30대 후반의 한 여성을 만났다. 기계 분야로 경력 전환을 준비했는데 대학에 다시 입학하기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월급 받으면서 기계 공부도 하는 일‧학습 병행제 덕에 진로 고민이 해결됐다며 행복해하더라.”
공단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24가지 중 NCS, 일‧학습병행제 등 2가지를 주관할 뿐 아니라 글로벌 고용 시장을 개척하는 K-무브 사업도 주관하는 공공기관이다.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 명장, 우수숙련기술자, 기능한국인 가운데 성공한 블루엘리트도 많다”며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양성된 젊은 여성 숙련기술인들이 기업 현장에서 블루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취임 이후 여성 인력 중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직원에게 승진 기회를 주고, 육아 부담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여직원들을 배려하는 조직문화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취임할 당시 1급인 여성은 한 명도 없을 만큼 ‘불모지’였다. 이후 여성 관리자 육성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이사장은 “조직 운영에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 또 여성들의 업무 처리가 섬세하고 깨끗하다”며 “당장 부작용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생산성이 다소 떨어져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으로 감내해야 한다”고 경영 철학을 전했다. 조직 내에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문화가 바뀌어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며 여성 인력 발탁에 우려를 보인 이들을 설득해 나갔다. 취임 후 승진자의 3분의1은 여성을 발탁하고 있다. 여성 승진 할당제를 시행하다보니 일부 남자 직원들은 불만도 토로했다. 반면 관리직 여성들은 이사장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많은 성과를 일궈내야 한다며 다짐하는 모습을 보이더라.” 그는 여성 인력 발탁이 “조직에서 여성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와 함께 조직의 DNA를 바꿔놓는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라고 강조했다.